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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U ] in KIDS
글 쓴 이(By): zaun (오는날)
날 짜 (Date): 1995년09월07일(목) 15시37분12초 KDT
제 목(Title): 쓸쓸한 계절에....


 가끔씩은 찬 바람도 불어볼 줄 아는 쓸쓸한 계절이 되었다.  윤달이 껴서 추석같지 
않은 추석이라느니 뭐니 하지만 그래도도 때로는 가슴이 저린 가을...

 
 벌써 여러해 전의 일이다.  사는 방법은 달랐지만 어두운 대학시절 4년을 같이 
보낸 그 친구가 대학원에 가고... 그리고 결혼을 며칠 앞두었던 그... 날...  
지금은 그게 무슨 소리인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알지도 못할 연탄가스로 
약혼녀와 그 친구는 돌아올 수 없는 길을 함께 떠났다.  지금 전자과 대학원에 
그때 그일을 기억하는 친구가 하나라도 남아 있을까?  그럴리는 없겠지.

 처음으로 가 본 화장터..  그 굴뚝위로 오르던 잿빛 연기가 산다는 허황함을 
얘기하고 있었다...  정말로 정말로 한 줌의 재가 된 그들을 기억하는건 이젠 
정말로 그들을 가슴속에 묻은 부모님들 말고 누가 있을까?  봉원사에 그들의 
위패를 모시고 내려 왔었지..  이제 그들의 위패는 부모님들이 아직도 시린 
가슴으로 살아 계셔서 찾아 본다면 모를까, 아마도 지난 세월만큼 두꺼운 먼지가 
덮인 채로 한 많은 얘기를 하고 있을 것이다.  워싱턴 어빙이 영국을 돌아 보며 긴 
세월이 지나 묘비명 마저 바랜 무덤을 보며 느꼈던 쓸쓸함을 그들의 빛 바래 
회색이 되어 버렸을 위패는 말하고 있겠지....

 아직은 아쉬움과 정열들이 식지 않아 울음 바다였던 화장터에서 한 컴퓨터 회사에 
다니던 친구는 많은 이들을 노하게 했었다, 이런 삭막한 소감을 자랑스럽게 
떠들어서 : "저 집 이제 대 끊겼네!!"  그리고 그는 더 삭막해진 자기의 모습을 
진지하게 돌아보지도 못하고 자-랑-스-럽-게-도 대를 이었다.  어쩌다 보니 
컴퓨터에 빠져 살 수 밖에 없게 된 지금, 그때일을 생각하게 된다.  난 지금 
얼마나 푸른 하늘을 혹은 회색 하늘을 잊은 채 삭막하게 살아 가고 있나.....


 쓸쓸한 계절에 조금은 시원한 바람을 느껴 보고 싶다, 맞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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