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uddhism ] in KIDS 글 쓴 이(By): Param (파람) 날 짜 (Date): 2003년 2월 13일 목요일 오전 10시 32분 44초 제 목(Title): Re: 김종락/ 도법스님 인터뷰 출처: 문화일보에서 퍼왔습니다. 같은 저자의 편지형식의 글입니다. 2003.2.12 5:27PM 실상사에서 보내는 편지 김종락/jrkim@munhwa.co.kr 그리운 형… 실상사입니다. 언젠가 형도 며칠 머물렀다던 실상사 요사채, 저는 그 중 ‘실상’이라는 문패가 붙은 방에 앉아 편지를 씁니다. 지금 새벽 1시. 두어시간 전만 해도 100여명의 사부대중이 금강경을 놓고 열띤 논전을 벌이던 화엄학림 강당도, 인근 마을도, 지리산도 모두 잠들었습니다. 지난 7일, 제가 문화부에서 종교를 담당한 지 일주일만에 실상사로 첫 출장을 떠난 이유는 여러가지였습니다. 표면적인 이유는 실상사 화엄학림에서 지난해 11월 초부터 3개월간 계속해온 현대 한국불교 사상 최초의 ‘동안거 금강경 결제’ 회향식 취재였지요. 하지만 속셈은 따로 있었습니다. 90년대 이후, 청정불교운동으로, 인간화 생명 살림 운동과 공동체 운동으로 주목받고 있는 도법 스님을 세심하게 보고 싶었던 것이지요. 형은 말했지요, 도법이야말로 수행과 실천이 일치하는, 참 보기 드문 종교인이라고. 보통 있는 인터뷰를 넘어 제가 여기 머무는 동안 몇번이나 스님의 처소를 찾아 이야기를 듣고, 기도와 예불을 지켜보고, 공양까지 함께 하려 애쓴 것은, 사람 보는 눈이 그리도 까다로운 형이 스님에게 보내는 그 신뢰의 근원이 궁금해서였습니다. 제가 절에 도착한 것은 오후 3시반쯤. 며칠 면도도 하지 못한 듯, 수염이 자란 스님은 방금 재작년 2월부터 올 11월까지 계속되는 ‘지리산 좌우 대립 희생자를 위한 1000일 기도’를 마치고 손님을 맞고 계시더군요. 그 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스님에게 다가가 관심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스님의 기도와 수행, 생명, 생태, 환경, 공동체, 귀농운동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지요. 스님의 생각은 하나였습니다. “불교가 진정 불교로서 제 역할을 하려면 ‘지금 여기’ 존재하는 인간을 위한, 살아 있는 종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지요. 이를 위해서는 수행과 더불어 한국 불교의 문제도 해결해야 했고, 인간의 삶을 황폐화하는 사회문제, 지역문제, 환경문제도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정도면 다른 운동가와 차이가 없을 수도 있었습니다. 이들과 다른 중요한 것은 스님이 불교와 생명 공동체운동을 위해 몸을 던지며 ‘내려놓기’ ‘버리기’를 실천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이런 이들이 더욱 눈에 띄고, 그래서 한낱 금산사의 말사에 불과한 작은 절이 최근 한국 불교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사찰로 떠오른 것이 아닐까요. ‘금강경 결제’를 취재하고 스님을 만나는 틈틈이 스님이 주관하는 귀농전문학교, 작은학교, 공동체, 농장, 화림원 등을 둘러보았지요. 작고 순하게 생긴 분이 참 많은 일을 한다 싶었습니다. 그리운 형. 현실이야 어쨌든, ‘출가’라는 꿈을 접지 못하던 형은 지난해말 40대 이상은 출가가 불가능하다는 조계종 규정을 전해듣고 절망하셨지요. 형의 출가가 불가능해진 것은 안된 일이지만, 그리 슬퍼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법이 바로 ‘지금 여기’에 있다는 스님의 생각이 그르지 않다면, 그래서 한사코 움켜쥐기보다 내려놓기를 조금씩 실천할 수 있다면, 우리도 ‘지금 여기서’ 진리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스님은 몸으로 보여주고 있지 않습니까. 김종락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