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uddhism ] in KIDS 글 쓴 이(By): Param (파람) 날 짜 (Date): 2003년 2월 11일 화요일 오후 04시 45분 20초 제 목(Title): 김종락/ 경전읽기도 좌선 못잖은 수행법 출처: 문화일보 "경전읽기도 좌선 못잖은 수행법" “깨달음의 길에 나선 이에게 경전은 곧 지도이자 나침반이다. 갈길을 몰라 허둥대면서 ‘불립문자(不立文字)’, ‘언어도단’만 외치고 있을 수는 없다.” 한국 현대 불교사 최초로 경전읽기로 진행된 ‘실상사 동안거 금강경 결제’를 사실상 이끈 재연 스님(실상사 화림원 원감). 그는 이번 ‘금강경 결제’의 성과는 경전읽기 역시 수행의 한 방법임을 함께 인식하고, 조계종의 소의경전(所依經典)인 금강경을 제대로 이해함으로써, 청정한 수행이 함께 하는 풍토를 불러일으키자는데 상당 부분 공감한 것이라고 말했다. 선방에 앉아 좌선하는 대신, 매주 토요일마다 논사 스님이 나서 금강경을 주제별로 논강하고, 참여자들이 토론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던 이번 결제는, 승려와 일반 대중 연인원 1200명이 참여, 그 형식과 내용 면에서 불교계 전대 미문의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번 결제에서는 특히 전통적인 경전의 이해는 물론, 불교 수행법,수행과 삶의 문제, 깨달음 절대주의, 거대 불사와 힘을 과시하려는 한국 불교의 문제점 등을 과감하게 토론 주제에 올렸다. 주최측은 특히 승단의 금기로 여겨졌던 영혼 천도 및 제사, 승려와 승단의 소유 문제 등을 정면 거론, 일부 참여자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이렇게 경전과 현실문제를 동시에 다룬 것은 “금강경이 정말 지혜의 경으로 조계종의 근본이 되는 소의경전이라면, 이 시대에 금강경에서 얻을 수 있는 지혜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새겨 보고, 그 지혜가 현실 속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다시 따져 봐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재연스님은 설명했다. 그는 이번 결제의 형식이 출가 스님과 재가 신도가 함께 참여하는 토론식 ‘열린 논강’으로 진행된 것은 어딘지 막혀 있는 승가 내부의 문제를 트인 언로로 드러내고자 하는 뜻도 담고 있었다고 말했다. 감춰두고 쉬쉬하는 것보다 문제가 되는 부분을 과감히 드러내고 논의함으로써 길을 찾는 것은 부처의 가르침과도 일치한다는 게 재연스님의 지론. 하지만 그는 “사상 처음 이뤄지는 간경결제인데다, 금강경의 바른 이해와 사회 문제를 함께 다루다보니 제약도 없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참여 대중의 경전에 대한 이해의 수준이 천차만별이었는데다 이들의 문제의식이 개인적이고 감정적인 것으로 흐르는 바람에 원활한 토론의 걸림돌이 됐다는 것. 그럼에도 이번 법석은 “자주 만나 법을 논하라. 화합속에 만나고, 화합으로 마감하며, 화합하여 법을 실행하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한데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종락기자 조계종 ‘看話禪’ 전통 깨지나 김종락/jrkim@munhwa.co.kr ‘이 뭐꼬’ 혹은 ‘무(無)’자 화두 하나 들고, 선방에서 용맹정진하는 한국 불교의 수행 풍토가 바뀔 것인가. 지금까지 간화선(看話禪·화두중심의 선수행)이 절대 유일의 최상승 수행법으로 통용되던 조계종에 변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참선 아닌, 경전 읽기만으로도 도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8일 실상사(주지·도법스님) 화엄학림 강당에서 회향식을 열고, 종료된 실상사 동안거 금강경 결제는 이와 관련된 최초의 조직적이고 본격적인 문제 제기. 또 오는 25일 역시 실상사에서 열리는 ‘선우 논강’에서 외국 유학파 중심의 젊은 학승들과 국내 최고의 선지식들이 수행방법을 놓고 한판 논전을 벌인다. 승단의 주류를 이루며 지금까지 문제 제기 자체를 외면하던 선방 수좌들이 이를 적극 수용했다는 의미다. 매 안거때마다 2000명 이상의 수좌들이 참선을 수행하면서도, 깨친 이는 지극히 찾기 어려운 현실에서 불교 수행법에 대한 문제 제기는 진작부터 있어왔다. 적잖은 승려들이 인도나 미얀마로 도를 찾아 떠났고, 이 과정에서 간화선보다 남방 불교의 위파사나가 나은 수행법이라며 길을 바꾸는 이도 속출했다. 이처럼 개인차원에서 운위되던 문제가 조직적으로 논의된 것은 지난해 11월 초 시작해 3개월 동안 계속된 실상사 동안거 금강경 결제. 현대 한국 불교 사상 전례없이 선방 아닌 강당에서, 화두 참구가 아닌 ‘금강경 논강’ 형식으로 10차례 열린 이 결제에서 주최측인 실상사는 ‘조계종의 오늘과 내일 금강경을 통해 다시 본다’는 도전적인 표어를 내걸고, 한국 불교의 문제를 공개 거론했다. 출가자와 재가자 구분없이 사부대중이 모두 참여하는 열린 논강으로도 주목 받은 이 결제에서 재연스님(실상사 화림원 원감)은 논강을 시작하며 “깨달음의 길에 나선 이들이 경전에 무지한 채 갈길도 몰라 허둥대면서 ‘언어도단’만 외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자신이 번역한 ‘금강경 역해’를 주교재로 들고 논강에 참여한 각묵스님(초기불전연구원 지도법사)은 특히 “부처는 금강경에서 인식의 방해물인 상(相)의 혁파를 가르쳤는데, 우리 불교는 진아(眞我)니, 불성(佛性)이니, 여래장 따위의 신비주의적 개념에 집착하면서 ‘연기’와 ‘무아’로 요약되는 불교의 근본 가르침을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론도 만만찮았다. 동화사 강주인 해월 스님이 “금강경의 핵심은 반야 바라밀로, 순수한 지혜와 직관을 온전히 드러내는 것”이라며 불교의 전통을 옹호하고 나섰다. 결국 논전은 증명법사로 나선 통광스님(쌍계사 강주)이 “‘상의 척파’는 ‘반야 바라밀’과 표현의 차이일 뿐 결국 같은 것”이라는 법문과 함께 도에 이르는 길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어졌다. 하지만 유학파 학승들이 주도하고, 선방 수좌들이 외면한 금강경 결제와는 달리 국내 간판급 선지식들이 대거 참석하는 25일의 ‘선우 논강’에서는 힘의 균형점이 다시 이동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게 불교계 안팎의 중론이다. 김종락기자 jrkim@munhw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