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Buddhism ] in KIDS 글 쓴 이(By): croce (크로체) 날 짜 (Date): 2001년 5월 9일 수요일 오후 01시 02분 44초 제 목(Title): Re: 오직 모를뿐 저는 이 몽둥이질 해대는 선문답이란게 '벌거벗은 임금님'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 눈에 눈꼽을 떼어주고, 잠깨게 하는 것이 선문답입니다. '벌거벗은 임금님'이 아닌가 하는 생각은 꿈 속의 일일 뿐입니다. 禪은 잠을 깨우는 것이지, 꿈 속의 일은 관여하지 않습니다. bbasha님께서는 10년전 5월 9일날 이 시각쯤에 무슨 생각하셨었는지, 무슨 책을 읽으셨는지, 누구와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지 기억하십니까? 기억하신다면, 그때의 생각들이 지금에 있어서 어떤 의미를 가지며,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습니까? 아마도, 아마도 기억하지 못하실 겁니다. 그렇다면 간밤의 꿈에서 있었던 일은 어떠하신지요? 어떤 곳에서 누구와 대화를 나누었는지, 무슨 일을 했는지, 어떤 생각을 하였는지 뚜렷이 기억하시는지요? 기억하신다면 그때의 생각이 꿈에서 깬 지금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습니까? 그저께 밤의 꿈은 또 어떻습니까? 10년전은 고사하고, 1년전 오늘 이 시각에 무슨 생각을 하셨습니까? 그것은 간밤의 꿈과 비슷한 것들입니다. 생각이란 저 하늘에 떠가는 구름과 같은 허망한 것입니다. 물론 그 생각들이 하나둘 모여 뚜렷하게 자리를 잡으면 견고해보이기도 합니다만 그러한 생각들은 잠에 들어 꿈 속에 들거나, 급박한 상황에 처하면 온게 간데 없이 사라져버립니다. 그러한 생각들 때문에 싸우는 것이 꿈 속의 사람들 일입니다. 마치 저 하늘의 구름이 네 것이냐, 내 것이냐, 어느 것이 옳고 그르냐를 따지는 것입니다. 사실 생각이 구름과 같듯이 나라는 것도, 너라는 것도 구름과 같이 허망한 것입니다. 꿈조차 꾸지 않는 깊은 잠 속에서는 나조차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물며 거기에 가족이라든가, 애인이나 친구, 자식이 있을까요? 원수지간도 깊은 잠 속에서는 허깨비에 불과하지요. 그런데, 잠에서 깨어나면 깊이 잠을 잤구나!하고 아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무 내용도 없고, 육신도 없으며, 피아도 없고, 인식도 없는 그곳에 홀로 고요히 쉬고 있던 그것이 있습니다. 그것이 깨어나면서 육신과 자아를 붙들고 자기와 동일시합니다. 조금 더 깨어나서 사람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며 생각들을 자기와 동일시하고, 타인의 생각을 타인과 동일시하고, 자타를 나누어 우열을 논하고, 시시비비를 따지다가 하루를 다 보냅니다. 다시 잠에 빠지면 또 꿈을 꾸면서 또다른 사람이나 동물이 되었다가, 꿈도 끊어지면 그제서야 비로소 쉬게 됩니다. 육신이 노하여 멸할 때가 되면, 죽음을 두려워하거나 허망한 생각에 빠집니다. 계속 존재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계속 꿈이 지속되기를 바라는 것이지요.) 그러나, 한번도 자세히 살펴보지 않습니다. 과연 나라는 사람이 따로이 존재한 적이 있었는가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