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ddh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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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uddhism ] in KIDS
글 쓴 이(By): croce (크로체)
날 짜 (Date): 2001년 2월 27일 화요일 오후 04시 48분 00초
제 목(Title): Re: 돈오점수, 돈오돈수 



돈오와 시간의 관계라...재미있는 주제인 것 같습니다.
물리적 시간말고, 심리적 시간은 기억과 관계 있는 것 같군요.

시간은 기억과 관계가 있고, 사고와 관계가 있고, 과거의 조건지어진 지식과 
관계가 있는 것 같군요. 불교에서는 이를 삼세미망이라 하는데, 
과거-현재-미래의 심리적 구도는 사고작용의 결과물이 아닐까요.

돈오가 촉발된 곳을 돌이켜보면 이러한 일이 일어납니다.(제 경우에)
이론화시키고자 하는 것은 아니고, 돈오와 시간의 관계를 한번 살펴보는 거죠.

사고의 흐름은 보통 연결지어져 흐르는데, 수행자는 하나의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돌이켜 그것을 관찰합니다. 비파사나와 같은 觀을 닦게 되면 
사고의 흐름은 단절되기 시작합니다.

예를 들어, 배고픔이 일어나고, 짬뽕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일어나고, 짬뽕을 
먹고 싶다는 생각을 했구나 하고 관찰이 일어납니다. 이렇게 관찰이 일단 
일어나면 중국집에 전화를 걸어야겠다거나 짬뽕 먹을 돈이 있나? 하는 등의 그 
다음 생각이 이어지지 않게 되고 일단 거기서 끊어집니다. (물론 관찰 후에 
중국집에 전화를 걸수도 있죠. 전화를 걸면서, 다시 전화를 걸고 있다는 
관찰이 다시 일어납니다. 의식적으로 자꾸 딴지를 걸며 알아차리는 거죠. 
이러한 觀法은 동남아 소승불교권에서 많이 가르치는 비파사나입니다.)

이렇게 관찰은 이미 일어나버린 행위, 사고를 지나간 과거의 기억을 통해 
관찰을 하는 것이죠. (이미 일어나버린 생각을, 생각을 사용해 관찰하려면 
이와같이 기억을 사용하여야 하는데, 기억이 저장된다는 사실 자체는 
실시간으로 사고의 내용을 인지하고 기록하는 어떤 무엇이 있다는 거죠.)

이 시간의 갭이 점점 짧아지면서 시간차가 0이 되는 순간 사념의 장막이 
찢어지며 명징한 의식이 드러나는 순간이 돈오입니다. 
즉, 생각이 일어나는 그 자리가 바로 관찰하는 자리인 것을 깨닫게 되죠. 
돈오 후에도 여전히 생각이 일어나지만, 이 이후에는 굳이 기억을 통해 
관찰할 필요가 없이 즉각적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이 돈오가 불교공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고 합니다.(달마 혈맥론)
돈오를 다른 말로 견성이라고도 하죠. 

이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信心이 없고, 불교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이 돈오가 일어날 경우에는 별 무소용인 것 같으니 돈오를 바라고 닦을 것이 
아니라 어느날 문득 깨쳤을 때 헤메지 않기 위해 차근차근 사전지식을 
체계적으로 배워두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제 경험에 비추어보건대 돈오 후에 스승의 바른 점검과 지도가 돈오 이전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혼자서 10년 헤메어봤자, 스승 찾아가서 1시간 지도받는 것만 
못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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