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ddh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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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uddhism ] in KIDS
글 쓴 이(By): chyoo (문사수)
날 짜 (Date): 1995년07월20일(목) 13시27분57초 KDT
제 목(Title): [답] 문사수님께, 계율



계율은 지키려고 노력하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계율은 파계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저의 생각으로는 지키려고 하는데 그 뜻이 있지
파계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계율은 어느 것 하나 완벽하게 지키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지키기가 쉽지가 않다고 미리 안 지키는 것은 계율의 참다운 의미를
퇴색시키게 됩니다.

계율이란 것은 물론 그 상황에 따라서 만들어지기도 하고
또 필요없는 계율은 없어지기도 합니다. 때에 따라서는
계율을 어겨야만 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가령 임진란때
승병이 일어난 것은 "살생하지 말라"는 계율의 파괴이지만
더 많은 생명의 살림을 위하여 또는 상대쪽의 잘못의 씨앗을
없애기 위하여 파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일시적으로 파계를 할 수 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계율을 지키겠다는 생각 자체를 버리는 것은 아닙니다.

계율은 스스로의 입장에서 보면 인생살이에 대한 약속입니다.
그리고 다른 면으로 보면 인생에 대한 치열한 부딪힘을 위한
장치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인생을 회피하거나 게으르게 사는
한에 있어서 불법의 심오한 이치를 알 수 있게 되기가 어렵습니다.
계율이란 것이 있음으로 인하여 우리는 그 계율이란 장치를 통하여
자신의 인생의 부자유함을 느끼고 그 속에서 고통을 맞보기도 합니다.
원래 인생이란 것이 그런 문제와 괴로움의 연속성속에서
진리가 피어나는 것인데 계율을 미리 지키지 않고 그 계율의
의미를 퇴색시켜서 되는데로 살때에는 진리가 피어나는 현상을
꿰 뚫어 볼 수 있는 순간을 놓치게 됩니다. 부자유와 고통이 없이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이 뒤 바뀔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일반인들은 계율이 없더라도 인생의 고통과 문제속에서
생활을 영위합니다. 온통 괴로움속에서 허덕일 때가 많기에
계율이 많이 있어야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출가자들은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게으르고 평화롭게 한 세상 살 수 있습니다.
진리를 터득하여 인생의 제반 문제를 모두 해결하겠다고
출가를 하였는데 그 환경이 맘만 먹으면 금방 게으르고
평화로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출가자들에게는 많은 계율이
요구됩니다. 뭇생명의 고통을 없애주기 위하여 출가를 하는
것이고 출가를 해서 도업을 성취하기 위하여 꼭 필요한 것은
고통과의 마주침이고 그 고통과의 마주침을 주는 것이
계율입니다.

계율중에는 처한 현실에 따라서 그리고 그 시대의
문화에 따라서 불필요한 계율이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계율의 의미가 도업의 성취의 밑바탕이란 의미로 볼 때는
이 계율은 현실적이지 못하니까 안 지켜도 된다는 말은
있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도저히 지킬 수 없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계율을 지키려는
마음과 계율을 파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속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번민을 회피한다는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합리화에 불과한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다른 사람이 계율을 파계하는 그 모습만 보고
그가 계율을 파계하였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 파계의 순간에서도 파계의 당사자는 갈등과 번민의 순간을
피하지 않고 마주 대하고 있을 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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