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Buddhism ] in KIDS 글 쓴 이(By): parsec (無言小柳) 날 짜 (Date): 1999년 5월 17일 월요일 오후 11시 32분 05초 제 목(Title): Re: 이어서 이상제님 말씀이 따끔따끔하군요. :) 마음은 귀족인데 지갑이 천민이라, 일상 생활이 외줄타기처럼 불안해서라고 하면 변명이긴 하지만 사실 고요하게 마음을 들여다 보는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항상 "좀 더 여유가 생기면..." 하면서 미루고 있지요. 그래서 "언젠가" 그런 것을 실천해 볼 때 방향을 잡을 만한 지침을 얻으려고 평소에 궁금해 하던 것을 질문드리곤 합니다. 그런 질문도 처음엔 막연한 미심쩍음에서 시작돼서, 마음 속에서 꺼림칙하게 느껴지는 그것이 무엇인지 궁금증이 더해 가다가 어떤 계기가 있을 때 구체적인 질문이 되곤 합니다. 위에서 사람은 왜 서로 다른가라는 쓰레드에 대한 이상제님의 답변은 일단 저의 "구체화된"질문에 대한 답변은 되는 것 같아서 물음표를 단 만족스럽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나머지 의문(아직 어떻게 질문해야 될 지 감이 잡히지 않은 부분) 까지 해소시켜 주지는 못했기 때문에 아직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정리된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의문 0: 사는게 힘들다. 왜 힘들까? 답 0: 사람들이 서로 자기의 이익과 주장을 위해 갈등하기 때문인 것 같다. 의문 0.5: 그런 갈등은 왜 생길까? 답 0.5: 글쎄, 사람들이 각자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의문 1: 사람들은 왜 서로 다른가(이 의문은 답 0.5의 '다르다-different'는 의미와 다른 뉘앙스의 '다르다-One is not the other'는 의미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첨엔 헷갈렸습니다.)? 답 1: 사람은 다른 사람의 감각을 같이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것 역시 통상적인 대답은 아닐 겁니다.) 의문 2: 왜 다른 사람의 감각을 같이 느끼지 못하는가? 답 2: '나'라는 한계에만 집착하기 때문인데, 그 한계는 진짜 '나'가 아니다. 의문 3: '나'라는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가? 의문 4: 그 한계를 벗어나면 타인의 감각을 같이 느낄 수 있는가? 의문 5: 어떻게 그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가? 답 3: 벗어날 수 있다. 답 4: 느낄 수 있다. 답 5: 내가 '나'라고 생각하고 있는 한계들에 집착하지 않음으로써 벗어날 수 있다. 그 때의 '나'는 이전의 한계에 갇혀있던 가짜 '나'가 아니다. 그것은 이미 경계가 없는 빈 공간이다. 의문 6: 그런 확장을 해서 '빈 공간'이 되어 타인의 감각을 내가 느끼는 것처럼 느낄 수 있게 되어도 그 상대방이 그런 수준이 되지 않으면 나의 감각을 느낄 수 없다. 그런 일방적인 공감은 세상을 바꾸지 못하지 않는가? 공감의 능력이 있는 사람끼리만 상호 공감이 가능하다면 모든 사람이 공감의 능력을 갖기 전에는 세상은 여전히 생존경쟁의 수레바퀴 밑에서 갈등을 겪을 것이다. 그것이 좋을 것이 뭔가? 답 6: 일방적인 공감이라는 개념은 각자의 한계에 여전히 집착하고 있기 때문에 생긴다. 한계를 벗어나면 나와 남의 구별이 없어진다. 의문 7: 상식적인 개인끼리는 공감이 불가능한가? 의문 8: 무한히 '확장된' 존재로서만 공감이 가능하고 그 공감은 통상적인 의미의 개인끼리의 공감과는 다른 것인가? 답 7: 가끔씩 가능하다. 답 8: 내ego가 사라지면 공감이 시작되고 내가 나타나면 공감은 끝난다. 상식적인 표현으로는 공감은 감성과 같은 것인데 감성은 훈련에 의해 능력을 키울 수 있고 그것은 시공간적으로 무한히 확장될 수 있다. (그러나, 또는 즉)불교에서의 법신, 자비는 상식적인 개념이 아니다. 여기까지가 지금까지의 의문과 답/답변을 정리해 본 것입니다. 저는 계속해서 상식적인 수준에서 답을 얻으려고 했고 이상제님께서는 그 상식을 넘어서야 한다는 답을 주셨습니다(맞나요?). 따라서 아직 그 상식적인 한계를 넘어보지 못한 저로서는 그 이후의 문제에 대해서 질문드릴 만한 건더기가 없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상식수준에서 할 수 있는 질문에 대한 답은 거의 다 얻은 것처럼 생각되었기 때문에 일단 "만족한다"는 말씀을 드렸던 것입니다. 저는 아직도 '나'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나면 어떤 느낌일지 몹시 궁금합니다. 그러나 아직도 상식적인 '나'의 한계 안에 갇힌 생각으로 문답을 통해 그것을 알기는 어려울 것 같기 때문에 물러나서 이상제님의 충고대로 도대체 '내'가 뭐하고 있는 건지 좀 더 살펴보려 합니다. 보드상에서 물러났다고 해서 의문으로부터 물러난 것은 아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