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ddhism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목록][이 전][다 음]
[ Buddhism ] in KIDS
글 쓴 이(By): claudia (가 아님...)
날 짜 (Date): 1998년 10월 18일 일요일 오전 03시 36분 56초
제 목(Title): 말이라는 것...


  오랫만에 키즈에 와서 보니 기독보드에서도 누가 말장난을 심각한
진실인 줄 알고 말한 것 때문에 말들이 많던데... 여기서도 알아듣게
말해 달라는 말에 대해서 잠시 말들이 있었고...

  그런 말이 있다. 훌륭한 학자가 꼭 훌륭한 선생님은 아니라고...
안다는 것과 말한다는 것이 다르다는 뜻인데, 이런 평범한 말도
잘 생각해 보면 언어에 대한 여러가지 측면을 생각하게 해 준다.

  아주 기본적인 이야기부터 시작해 보자. 언어는 대표적으로
시각과 청각으로 전달되지만 사실 인간은 모든 운동기관과 감각
기관을 이용해서 언어를 전달할 수 있다. 그런 언어의 전달
과정을 잘 보면 이것은 단순히 물리적 반응의 연속에 불과하다.
이런 물리적 반응들이 어떻게 우리에게 지식을 주고 때로는
우리를 웃고 울게 할까?
  이에 대한 전통적인 해석은 그런 물리적 반응이나 패턴들에 대해
사람들이 약속을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해석에 기본적으로
동의하지만, 이런 해석이 다소 인간의 이성적인 측면에 치우쳤다고
생각하며 인간에게는 감성이 이성보다 더 본질적이다라고 생각하는
나 같은 사람은 이에 대해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서로 공감대가
형성되어서"라는 식의 설명을 더 좋아한다. 물론, 여기서 말하고
듣는 것은 단지 음성으로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공감대가
형성이라는 표현이 다소 모호할지도 모르겠는데, 이 모호함은 읽는
분들이 용서을 해 주셨으면 좋겠다. 내가 이것에 대해 딱부러지게
말할 수 있을 만큼 이런 분야를 깊이 연구했다거나 전문가인 것도
아니기 때문에...

  공감대건 약속이건 그러한 공통의 이해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말을 해도 의미가 전달되지 못하는 것이니, 언어의 의미가 전달되지
않을 때 이런 공통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말하는 쪽이 잘못인지 듣는
쪽이 잘못인지 딱부러지게 말하기 어려운 경우가 의외로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공통의 이해의 예를 몇가지 들어보자.

  나는 내 친구에게 열심히 어디를 간다고 설명을 하고 내 친구는
그것을 이해한다. 만약 그런 모습을 우리말을 모르는 어떤 미국인이
보았다면 내가 하는 말의 의미가 이해될까? 의미가 이해될까라는
의문 자체가 애초부터 부적절한 것이 될 것이다. 나와 내 친구가
어떻게 보였을까라고 해야 맞겠지.
  나의 학교 실험실 옆방에 유럽의 무슨 나라에서 온 것으로 생각
되는 외국인 학생이 있다. 어느날 내가 저녁 늦게 남아있는데, 다른
외국인 유학생이 찾아왔고 둘은 같은 지역 사람인지해서 말이 잘
통하는 모양으로 평소에 조용하던 그 학생이 뭐라고 열심히 떠들고
우리 식으로 히히덕거리면서 이야기를 한다. 이 때 옆에서 듣고있던
나가 앞의 예에서 미국인에 해당되겠지?

  요사이 사오정 씨리즈라는 상당히 썰렁한(?) 우스개가 우리를
즐겁게 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모씨는 항변을 한다. 자신은
"날아라 수퍼보트" 세대가 아니기 때문에 도무지 그것이 우스개가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우리들은 그런 모씨가 사오정보다
더 재미있다고 놀리지만 과연 모씨가 잘못된 것일까?
  앞의 예에서 미국인이 이제는 얼추 우리말을 배워서 내가 어디로
간다고 설명을 하면 알아듣고는 득의양양하다가, 아직도 사오정
씨리즈 듣고 웃어대는 우리를 이해하지는 못하고는 거기서 좌절(^^)
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보면 말이란 것 자체가 참 재미있는 측면을
많이 가지고 있다.

  말만 이러는 것이 아니다. 언젠가 TV 다큐멘타리에서 아직 음악
에 대한 이해가 형성되지 않은 어린이들에게 씩씩한 행진곡이니
아주 슬픈 음악이니 등등을 들려주고 어떤 느낌이 드는지 실험을
한 것을 방영한 적이 있었다. 그 결과는 이제 "어른"이 된 우리
에게는 신기해 보일 정도로 각양각색이고 엉뚱해 보이기까지 하는
것이었다. 과연 그 어린이들이 잘못된 것일까?
  물론, 대부분의 경우 그 어린이들이 음악에 대해 좀 더 배워서
이해하는 것이 살아가는데 편리할 것이다. 하지만, 때로는 그런
패턴에 그런 생각과 그런 감정을 가지도록 길들여진 우리 어른들이
문제가 될 때도 있을 것인데...

  자. 여기가 불교보드니 이런 주제와 관계있는 염화시중이라는
고사를 생각해 보자. 부처가 연꽃을 보이니 제자 중 가섭만이
미소를 보였다는데... 이제 만약 어느 장똘뱅이가 지나다가
부처님이 연꽃을 내미는 것을 보게 되었다고 하자. 그 장똘뱅이는
'미친놈. 한가하니까 별 지랄 다 떠는구만'하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어떤 장똘뱅이는 생각이 넘쳐서 기어코 머리 속의 말을
입으로 뱉기까지 할 것이다.
  머리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입으로 뱉기까지 하는 장똘뱅이를
꼭 옹호할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나는 '저런 고귀해 보이는
사람이 연꽃을 내밀었으니 뭔가 고귀한 뜻이 있을거야'라고 생각
하는 사람만큼이나, 혹은 때로는 그런 사람보다 더욱 더, 욕
한마디하는 쪽이 차라리 자기 삶에 솔직하다는 생각을 한다.

  영화 같은 데를 보면 멋있게(?) 차려입은 특공대에서 지휘관이
손을 한 번 휙 저으면 대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차자작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언어의 전달에 있어 공통의 이해라는
전제조건 외에, 공통의 이해가 많으면 많을수록 언어를 경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측면에 대한 예이고, 앞의 염화시중도 결국
가섭과 석가부처 사이에 좀 더 많은 공통의 이해가 있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이런 훌륭한 고사 외에도 서로 많이 아는 사람들이 말을
경제적으로 하는 것은 우리 생활 주변에서도 쉽게 경험할 수 있다.
이렇게 주변 사람에게 말을 경제적으로 하던 습관은 때로 우리를
곤란하게 만들기도 한다. 다른 생활권의 사람들에게 주변 사람에게
하던 식으로 간단하게 말했다가 이상한 사람에 가까운 취급을 받게
되는 경우도 가끔 있기 때문이다.

  길게 이야기했는데 대충 종점에 가까와진 것 같다.

  이제... 누군가 멋있게 손을 한 번 휙 저었다. 그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고 손을 저었는지 모르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영화
속의 특공대처럼 일사불란하지 않았고 어떤 사람은 '어? 저거?'
하지만 어떤 사람은 또 '뭐하는 거여' 이런 식이다. 어떤 사람은
심지어 "별 미친 놈 다 보겠네"하는 소리까지 서슴치 않는다.
여기서 누가 잘하고 누가 못하는 것일까?
  나중에라도 손을 휙 저은 사람이 자기 생각으로도 손 저은 것이
엉뚱했다는 것이 밝혀진다면, 이 때 누군가는 "못된 송아지 엉덩이에
뿔부터 난다고, 멍청한 놈이 폼 잡는 것만 배웠구만"하는 소리를
할지도 모른다.


  이 글의 결론은 접어두고... 여기서 혹 이 글을 읽으실지 모르는
김형도님한테 변명 한마디... ^^
  지난 번 스누보드 모임 때 철학보드에서의 약간의 다툼(이라고
할 수 있을려나?)을 기화로 김형도님이 limelite는 글은 길었지
쓸 말이 없다고 아낌없는 적의(^^)를 보이셨는데... 그 때는 변명할
분위기가 못되었지만, 이 글을 적으니 이제 좀 되는 것 같다.
  limelite의 글이 알맹이에 비해 긴 것도 언어의 경제성의 원리
와 관계가 있다. 내가 글을 적을 때 길어지는 것은 물론 글재주가
얕아서이기도 하지만, 내가 하는 말을 듣는 사람이 나와 최소한의
공통의 이해만 가진다고 가정을 하고 말을 경제적으로 했을 때
생기는 오해를 가급적 줄이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 글도 시작에서
부터 "아주 기본적인 이야기부터 시작해 보자"고 했는데, 이런 것이
limelite가 글을 적는 기본 태도이다.
  김형도님 외 여러분들이 쓸데 없이 긴 limelite 글에 대한 이런
변명을 받아주시길 바라며... ^^

- limelite -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 목록][이 전][다 음]
키 즈 는 열 린 사 람 들 의 모 임 입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