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ddh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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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uddhism ] in KIDS
글 쓴 이(By): jinyon (  지니온)
날 짜 (Date): 1995년04월19일(수) 22시17분16초 KST
제 목(Title): Re: 작은 질문..하나...


안녕하세요? 지녀니입니다.
너무너무너무 오랜만에 오고 말았습니다.

`무소유가 참된 어쩌고'라고 쓰여진 책을 소유한 후
그걸 읽고 비로소 `무소유가 참된 어쩌고'라는 사실을 알았으니 
`무소유가 참된 어쩌고'라는 것에는 소유가 우선한다. ?

재미있는 말이군요. 한동안 별로 생각해볼만한 게 없었는데 덕분에 껀수가 생겼네요.
그럼 말장난이 될지 뜻장난이 될지 모르겠지만 한번 고민해 보죠.

먼저, 책을 소유하지 않은 사람이 있습니다.
이 사람은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고 있지요.
그래서 이 사람은 `무소유가 어쩌고' 하는 내용을 알지 못하지요.
이 사람한테는 소유가 무소유에 우선하지는 않은 것 같네요.

다음, 책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사람은 책을 읽고서 `무소유가 어쩌고' 하는 내용을 알았습니다.
진정으로 그 내용을 느꼈지요. 단지 글귀만을 안 게 아니라요.
그런데 이 사람은 전적으로 소유한 책 덕분에 이 내용을 알게 되었을까요.
제가 쓸데없이 외우고 있고 옳다고 여기는 말 중에 이런 게 있습니다.
`마음에 없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는다.'
글쎄요... 전 이 사람한테도 소유가 우선했다고는 생각지 않게 되네요.

이제 다른 방향으로 의식을 돌려서,
어쨌든 `무소유가 어쩌고'라는 걸 알았는데 소유한 책을 어쩔꼬를 고민해보죠.

`소유'의 반대 `무소유'는 과연 뭘까요.
`소유하지 않음' 정도 될 것 같은데, 먼저 `갖고 있지 않는다'는 식으로 생각하죠.
그럼 그냥 버리면 되네요. 갖고 있는 책 그냥 다른 사람 줘버리든지 해야겠네요.
제 입장에선 아직 `무소유가 어쩌고'하는 경지가 느껴지지 않아서 그런지 몰라도
소유하고 있는 게 참 많습니다. 책도 그렇고 옷도 그렇고 요즘은 음악 테이프까지.
한달 전쯤 이사할 일이 있었는데 대충 혼자서 한번에 들 수 있을 거라 처음엔
생각했지요. 그런데 막상 짐을 싸보니 두번은 걸리겠더군요.
이 동네 정착한지 겨우 2달 되었을 땐데...
암튼 저도 언젠간 이것들을 다 버리게 될 수 있기를 원합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다 쓰잘데 없는 것들인데 말이죠.

각설하고, 아뭏든 소유한 책 등을 버리는 김에 소유한 생각이나 느낌까지도 같이
버릴 수 있다면 좋겠네요. 뭐 눈에 보이지 않는 개념이라고 소유에 속하지 
않는 거라곤 볼 수 없잖아요. 물론 저도 이것들을 버리진 못했지요. 아직은요.

이제, `무소유'를 `혼자만 갖고 있지는 않는다'는 식으로 생각하죠.
그럼 책에서 느꼈다고 깨달았다고 여겨지는 내용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세요.
만나는 사람들에게마다 `무소유가 어쩌고'하는 내용을 가르치는 거죠.
뭐 벌써 이 보드에 이렇게 알렸고, 그래서 저도 생각 좀 할 기회를 마련해
주신 것에 대해서는 벌써 고맙게 생각합니다만.


에, 오늘 장난은 여기서 그만둘래요.
이제 그만 퇴근해야겠거든요. 
학교 다닐 땐 퇴근하는 삶이 목표였는데, 아직은 별로네요.
시간이 좀더 흐르면 과연 내가 원하던 방식대로 살 수 있으려나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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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king Thin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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