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izona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목록][이 전][다 음]
[ Arizona ] in KIDS
글 쓴 이(By): archa (jri)
날 짜 (Date): 1998년 8월 26일 수요일 오전 09시 41분 45초
제 목(Title): 요즘 사는 재미


한참 심심했던 나에게 클린턴은 구세주와도 같은 존재이다. 모니카와의 스캔들 
때문도 아니고, 너무 멋있어보여서도 아니며, 나에게 돈이라도 주었기 때문은
더더욱 아니다. 이유는 바로 이번의 미사일 발사 때문인데....

평소에 미국욕을 입에 달고 살았던 나에게 이보다 더 좋은 호재는 없다. 누구든지
나와 3분만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으면, 그리고 그사람이 미국사람이라면, 무조건 
이 얘기를 들을 수 밖에 없다.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화제를 그쪽으로 
몰고가니까. 불과 몇개월 전만 해도 한국의 경제사정을 이야기하면서 이상한 
우월감을 느기곤 하던 멍청한 미국놈들은 찍소리도 못하고 얼굴이 벌개져 버리게 
되었다. 내가 미국사람이더라도 쥐구멍이 있으면 숨고 싶을 정도니, 뭐... 

과거에는 어저다 한번씩만 썼던 미제국주의라는 말도 틈날때마다 쓰고 또 쓴다. 
이 어찌 통쾌하지 않을 손가? 정치모략, 일급전범, 살인마, 전쟁광 등등등, 내가
아는 모든 어휘는 총동원된다. 클린턴 하나만 욕하면 재미가 덜하다. 클린턴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전체시스템은 모두 제국주의의 그것으로 치환된다. 지금까지 
미국이 한 짓은 너무나 풍부하고 다양해서 이아기거리가 궁색해지는 경우는 없다. 

내 주위에 있는 미국놈들은 먹물깨나 먹었다고 내 얘기에 동조하는 척하지만 속이 
좋을 리는 없다. 마치 양심수 얘기하면서 한국 정치 얘기할 때 내가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욕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챙피하고 속이 좋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단순한 심심풀이 땅콩 정도였던 스캔들을 엄청난 코메디이자 비극으로 승화시켜 
나에게 미국에서 사는 재미를 안겨준 클린턴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다.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 목록][이 전][다 음]
키 즈 는 열 린 사 람 들 의 모 임 입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