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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onymousSerious ] in KIDS
글 쓴 이(By): 아무개 (bo0049)
날 짜 (Date): 2012년 10월 08일 (월) 오전 12시 23분 09초
제 목(Title): Re: 딜레마: 강의는 쉬울수록 훌륭한가


대학 수업의 경우도 같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고등학생 대상으로 강의하는 학원선생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면
학생들에게 동기 부여가 없다면 절대로 효율적인 수업이 되지 못합니다.
동기 부여가 되더라도 절실하지 않으면 효율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교수님들에게 심신 수련에 좋은 한달짜리 특강이 있으니 많은 참여 바란다고 
하면 듣겠나요?
당장 일에 치이고 시간 나면 식구들 챙겨야 하는 입장이라면 공자님이 직강을 
해도 별로 땡기지 않을 겁니다.
학교 선생님들이나 강사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해 보면 특히나 남이 가르치는 걸 
듣는 걸 싫어한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게 학생들은 다를 거라고 생각하는 게 착각이죠.

어차피 스스로에게 끊임 없이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학생은 극소수이므로
학생들에게 생각해 보라고 해 봐야 대부분은 귀찮아 합니다.
떠먹여주길 바라죠.

경험을 토대로 말하자면
어려운 주제를 설명하더라도 설명은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하는 게 정답인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워줘야 하니 강제로라도 생각해야 하는 
시간을 주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논술 수업과 구술면접 수업을 해 보면 같은 내용을 강의하더라도
논술 수업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그 이유는 그냥 강의로만 이루어지는 구술 수업에서는
그냥 고개를 끄덕거리기만 해도 알아듣는구나 하는 착각을 하기 쉬운데
그에 반해 논술 수업에서는 매번 테스트 시간을 가지므로 학생들이 얼마나 
못 이해하고 있는지를 절실히 깨닫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를 모르면 도움이 될만하나 강의를 하기 
어렵습니다.

논술 테스트는 그날 배운 지식으로 쉽게 해결할만한 것은 아니고
머리를 심하게 짜내도 겨우 해결할까 말까 하는 내용인데
그 시간 동안은 싫건 좋건 생각을 해서 답을 써 내야 합니다.

그래도 참여하지 않는 학생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눈에 불을 켜고 답을 써내는데
그냥 생각 안 하고 말기에는 시간이 너무 길다는 이유도 있을 겁니다.
처참한 성적을 받는 학생은 용기를 잃고 포기하기 일쑤지만
처음에는 원래 어려운 것이라고 자꾸 용기를 줘야 합니다.
더구나 다 가르쳐준 내용을 테스트하는 것도 아니라서 모를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해줘야 합니다.

논술에서는 첨삭이 아주 중요한데
자존심 상하지 않게, 공정하다는 생각이 들도록 코멘트해야 하고
향상된 모습을 보이면 빠짐 없이 칭찬해야 합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학생은 강사가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첨삭지를 나누어주고 나서 전 시간 문제에 대한 해설을 하면
자기가 한 시간 동안 머리를 쥐어짜 생각한 문제였으니 관심을 갖게 
되고 효율적으로 강의 내용을 흡수합니다.

학생들이 실수하는 패턴은 대개 비슷하므로 그런 점들을 지적해 주면
대부분 자신에 대해 특별히 지적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것은 다시 동기 부여로 이어져서 수업에 집중하게 만듭니다.

논술은 항상 채점하고 돌려주는 과정이 있어서 학생들 개개인과의 eye 
contact가 이루어지게 되고 그 때마다 이름을 부르게 되니 얼굴과 채점할 때의 
인상이 match되면서 점차 더 친밀한 느낌을 주게 됩니다.
구술 수업은 몇 달을 강의해도 이름을 잘 모르지만 논술 수업은 대단히 빨리 
이름을 기억하게 됩니다.

물론 이런 것이 매우 많은 노력을 요구하는 일이고
대신 조교에게 채점하라고 하면 절대로 이룰 수 없는 것이라서 정성이 많이
듭니다.
첨삭할 때 머리가 부서지도록 괴로운 답안을 쓰는 학생들도 있고 연민의 정 
때문에 1-2점을 줘야 하는 학생들도 생깁니다만 그런 학생들이 향상된 모습을 
보일 때 보람을 느낍니다.

대학 수업에 적용해 보자면
매 수업마다 항상 도전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시간을 주고
그 테스트는 굳이 성적에 반영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어차피 중간이나 기말고사로 테스트하면 되고
교수를 완전히 무시하는 학생이 아니라면 테스트 시간동안에 놀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테스트 한 내용을 다음 시간에 그 테스트에 대해 설명하는 식으로 진행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진도 나갈 시간이 부족하다면 강의 동영상을 보게 해도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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