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fterWeddingMarch ] in KIDS 글 쓴 이(By): miz (Daughter) 날 짜 (Date): 1998년 7월 2일 목요일 오전 09시 29분 11초 제 목(Title): 낙서 어제는 (아니, 어제도) 부부 싸움을 했다. 우리 싸우는거 보기 싫다고 애 봐주러 왔던 친정 엄마는 저년도 먹지 않고 서울로 올라가 버리셨다. 우리 한테는 삶의 일부분(?)인데, 엄마는 착하던 딸의 변한 모습이 스트레스가 되셨던 보양이다. 난 결혼 전에는 엄마가 "착하다"고 인정하던 딸이었다. 그렇지만, 속에있는 여러가지 불만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때로는 세련되게(?) 표시하고, 때로는 그냥 잊어버리고 ㅐㅆ던 것 같다. 그런데, 결혼 후에는 나의 마음이 바뀌었다. 내가 불만을 가지고, 속으로 삭히면서 살게되면 더 나쁠 것 같았다. 그래서 세상의 단 한 사람, 남편에게는 *전혀* 참는 일 없이 하고 싶은 소리가 있으면 다 한다. 그래서 나의 불만이 해소되면 감정의 찌꺼기 없이 다시 즐겁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싸우더라도, 하루를 넘기는 일은 거의 없었다. 싸움이 진행되는 몇 시간 동안은 매우 힘들고, 불행하지만 화해하고나면 다시 친밀감이 넘치는 생활로 돌아가곤 했다. 싸움이라는게, 참 우스운 거다. 한 쪽이 일방적으로 잘못한 경우에는 거의 싸움이 성립하지 않는다. 상대방도 할 말이 있고, 나도 할 말이 있는 경우 서로 할 말이 있기 때문에 싸움이 되는 것 같다. 어제는 퇴근 후 만나는 시간 문제로 싸웠다. 6시 5분에 만나기로 했고, 남편은 정확하게 그 시간에 차를 가지고 왔다. 따라서 남편은 자신의 잘못이 전혀 없다고 당당히 말한다. 우리의 싸움에는 과거의 사건들이 개입되지 않는게 보통인데, 난 어제 그렇지 않았다. 얼마 전에는 6시에 만나기러 했었는데, 내가 며칠 연속으로 6시 3분에 나갔고, 남편이 일방적으로 기다리는 일이 있었다. 그 때 남편이 얼마나 화를 내던지...내 마음에 그게 상처로 남아있다. 그래서, 남편이 조금이라도 늦으면, "자기도 늦으면서 내가 늦을 때는 그렇게 화를 낸 나쁜 인간.."하는 생각이 들고, 난 너무 나쁜 사람하고 살고 있다는 서러운 생각이 든다... 남편은 황당했나보다. 시간 맞춰나왔는데 울고 그러니. 내가 차를 가지고 있고, 차 안에서 편히 기다릴 수 있다면 매일 일과 후에 지쳐서, 임신으로 무거운 몸을 이끌고 서서 기다리는 나보다는 조건이 좋은 것 아닌가. 어쨌든 우리는 6시 분에 만나기로 했고, 그 시간은 *남편의 생각으로는* 양 쪽이 기다릴 확률이 비슷한 시간이란다. 그의 정확함은 때론 공정함으로 연결되고, 그 공정함은 시어머님과의 관계에서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그의 정확함은 때로 인간미가 전혀 없는 냉정한 모습으로 내게 다가온다. 내가 회사 끝마칠때마다 지치고 힘들다..는 말을 여러번 했었고 그도 그걸 안타깝게 생각하는 듯 했지만, 나를 위해서 3분을 기분좋게 기다려주는 행동으로 연결되지는 못한다. 내가 "이렁러해서 나는 힘들어 도저히 못하겠으니 당신이 차 안에서 기다리라.. 고 설득을 하고, 섭섭하다고 울고불고하면 그 때에는 자신이 *일방적으로* 기다리는 상황을 받아들이지만. 결혼 생활이 한 껏 행복하다가도 이런 때에는 "내가 이 남자와 과연 몇 년이나 더 살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든다. 정확함과 따뜻함, 이 두가지는 정말로 양립할 수 없는 것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