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WeddingM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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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fterWeddingMarch ] in KIDS
글 쓴 이(By): miz (Daughter)
날 짜 (Date): 1999년 6월 24일 목요일 오전 11시 58분 19초
제 목(Title): 낙서.



요즘은 그야말로, 단순하게 산다.

남자들 군대가면, 생각이 단순해진다드만 
애 키우는 것도 비슷한가부다.

그래도 군대에서는 먼하늘 쳐다보며 님생각할 겨를은 있지 않을까..
애 키우는 것, 전업주부나 취업 주부나 할 것 없이 
잠시의 여유, 잠시의 딴생각도 허용되지 않는 일인 것 같다, 나에게는.

회사에서 업무 시간으로 주어진 8시간만은 오로지 일만 생각하려고 
한다.
그렇지만, 그게 아닌 모든 시간에는 내 안에서 daemon process가 하나
돌고있다.
밥을 먹을때도, 전철을 탈때도, 책방을 가도, 옷가게엘 가도..
책방에 가면 나도 모르게 육아서적, 아기 그림책 앞에서만 
붙어있다가 남편이 잡아 끌어야 겨우 나온다.
옷을 사러 가도 어느새 아이옷 코너를 뱅뱅돌고 있다.
이런 것들이 거의 무의식중에, 나도 모르게, 마치 몽유병 환자처럼...

점심먹고 10분이라도 시간이나면 잽싸게 처닐안 주부 동호회로 직행한다.
거기서 다른집 애들 쉬가리는 것, 놀이방 보내는 것, 아토피 있는 것...
허겁지겁 읽다가 언제나 시간이 부족한 걸 아쉬워하면서 
서둘러 빠져나오지.

남들 눈에 내가 어떻게 보일까.. 보나마나 영락없는 아줌마 겠지만..
사실 나는 그들의 눈길에 전혀 관심이 없다.

오직 내 눈에는 우리 애 또래의 아이가 지나다니는 것, 엄마랑 같이 다니면서 하는 
행동들, 입고 있는 옷들만이 눈에 쏙쏙 들어온다...

사실,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별로 그러고 싶지도 않다.

아이가 없을 때는 주변의 성화만 아니었다면, 아이 안 갖고 실고 싶었다..진심으로.

그런데, 내가 잠시라도 그 애들 생각을 안하면, 한눈을 팔면 
왠지 불안해지고 그런다..

그래, 한 3년 이렇게 푹 파뭍혀 살자...
이것도 나름대로 행복하긴 하다..아주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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