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WeddingM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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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fterWeddingMarch ] in KIDS
글 쓴 이(By): allday (allday)
날 짜 (Date): 1999년 6월  3일 목요일 오전 06시 58분 37초
제 목(Title): 생활


어제는 거실 천장에 형광등을 달았다.
이곳 집들의 대부분은 백열등을 사용하는 것 같다. 거실과 방에는 중앙 조명 시설이 
되어 있지 않아 플로어 램프나, 나이트 스탠드를 켜둔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적지 않이 당황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옆을 더듬어 
스위치를 올리곤 하던 손에는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어둠속을 조심 조심 나아가 
불을 켜야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은 거실과 식당의 경계가 없다. 식탁이 놓여질만한 곳에 전구가 
달려 있어 그곳이 식당이다 하고 여겨질 뿐이다. 그덕에 거실에 따로 조명을 들여 
놓을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형광등 불빛에 익숙해온 우리에게는 백열등이 어둡게만 
느껴진다. 
실링팬까지 달려 있어 묵직한 식당 조명을 떼어냈다. 천장에 드릴로 커다란 구멍
두 개를 뚫고 형광등 셋트를 달아 전선을 이었다. 스위치를 올리자 형광등 두 개에 
짠 하고 불이 들어온다. 

이곳에 살면서 한국에 있었더라면 안해볼 일들을 하고 산다. 
이곳에서는 가구들이 비싸다. 가구 전문점에 있는 것들은 너무 비싸 살 엄두도 
내지 못할 뿐 아니라 모양도 없다. 또한 한국에서는 작은 책장을 하나 사도 운반을 
해 주지만, 이곳에서는 자신이 직접 운반하거나 운반비를 따로 지불해야 
한다. 아주 고급 가구점에서는 운반비 따로 없이 운반해 주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대개 우리는 마켓에 가서 낱낱히 분해 되어 상자에 담긴 가구를 사와 조립을 
한다. 책장도 조립 했고, 책상도 조립을 했다. 가장 어려웠던 건 서랍 다섯 달린 
옷장이었다. 바베큐 그릴도 조립을 하고 가스까지 연결했다. 전기 배선이 어떻게 
될까를 고민하다가 천장 조명 까지 들어냈다.
이곳 사람들은 스스로 하는 것을 당연히 여기고 사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생활인이라고 한다면 우리도 점점 생활인이 되어 가는 것 같다. 다만, 스스로 하기 
위해 몇 백불씩이나 하는 드릴을 두 개나 산 것이 지금도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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