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fterWeddingMarch ] in KIDS 글 쓴 이(By): blueyes (魂夢向逸脫) 날 짜 (Date): 2010년 10월 15일 (금) 오후 12시 07분 03초 제 목(Title): 대화의 수준 한참 전 TV 다큐멘터리에서 이런 걸 본 적이 있다. 아이들의 인내심, 자제심 등을 체크하기 위한 실험인데, 꽉 막힌 방에서 실험자와 피실험자(아이, 3~4살 가량)와 둘이서 마주보고 테이블에 앉는다. 잠시 얘기를 나누다가 아이가 좋아하는 초코렛 케익을 하나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은 다음에 실험자가 "잠시 나갔다 올테니 그때까지 먹지 말고 기다리라"고 요청을 한다. 그리고는 얼마나 잘 참는지를 보는 실험이다. 그 실험의 목적이 뭐였는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 장면을 보면서 아이한테 참 못할 짓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험의 목적이 얼마나 고귀한지는 몰라도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눈앞에 갖다 주고 나서, 먹고 싶은 욕망이 생길 것을 뻔히 알면서, 먹지 말라고 하고 방치해 뒀으니 아이가 얼마나 갈등이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거다. 다빈이 엄마가 얼마 전에 전화를 아이폰4로 바꾸었다. 여느 애들이 다 그렇듯이 다빈이도 전자제품과 움직이는 화면을 무척 좋아한다. 그래서 부모가 컴퓨터를 하고 있으면 어느샌가 앞으로 끼어 앉고는 키보드와 마우스를 지가 잡으려 든다. (그래서 아이가 잔 이후에만 컴퓨터를 사용한다.) 요새는 좀 드물어졌지만, 핸드폰으로 전화를 할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그 기계가 아이폰이 되니 아이가 더더욱 환장을 하는거다. 그런데, 어제 조금 일찍 들어가서 아이랑 놀아주고 있자니 아이 엄마가 아이폰을 꺼내들고는 게임을 하기 시작하는 거다. 나랑 놀던 아이는 이내 고개를 그쪽으로 돌리고 눈을 반짝이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이내 엄마 무릎에 앉고는 자꾸 핸드폰을 자기 손으로 쥐려고 한다. 물론 엄마는 눈이 나빠질까봐 안된다는 말을 반복하고.. 아이가 내게 관심이 없어졌으니 음식물 쓰레기나 버리러 갈겸 옷을 입고 일어섰다. 그리고는 한마디 해줬다. "너무 괴롭히는거 아냐? 뻔히 만지고 싶어할거 알면서 게임을 하고, 그러면서 못만지게 하고.." 그랬더니 "이게 뭐?"라고 한다. 난 미리부터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의 준비를 해 두지 않으면 조리있게 말을 하지 못하는 편이라 매번 예를 들어서 설명하곤 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아이한테 초코케익 주지도 않을 거면서 아이 앞에서 혼자 케익 먹고 있는 거랑 마찬가지 아냐? 눈에 보이면 먹고 싶어할걸 뻔히 알면서.." 그랬더니 "난 케익 주고 싶지 않을 때에는 나 혼자 먹지도 않아." 란다. "아니.. 그러니까.. 아이가 만지고 싶어할걸 뻔히 알면서 보이는 데에서 게임을 하고, 만지고 싶어하면 만지지 말라고 하고.. 이러는게 케익이랑 비슷한 거잖아." 그랬더니 "내가 게임하는 건 봐도 돼. 만지는 것만 못하게 하는 거지. 그게 어떻게 같아?" "아니.. 그러니까... 관두자." 인내심을 길러 주려는 것도 아닌데, 왜 자꾸 욕망을 불러 일으켜서 참아야만 하게 만들까. 못참게 되면 결국 혼낼 터이고, 참는다 하더라도 아이는 참느라고 힘들텐데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