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fterWeddingMarch ] in KIDS 글 쓴 이(By): blueyes (魂夢向逸脫) 날 짜 (Date): 2010년 10월 12일 (화) 오후 08시 51분 08초 제 목(Title): 비리의 온상 내게는 22살(만으로 20살)짜리 여조카가 있다. 누나가 이 아이의 엄마이다. 얘가 오늘 뜬금없이 전화를 했다. 남자 때문에 고민이라고 저녁에 찾아 오겠단다. 간략히 정리를 하자면.. 자기보다 9살이 많은 한국 나이로 31살짜리 남자를 만나고 있는데, 만난지는 2개월쯤 되었단다. 그간 하도 지극정성으로 대해주고, 전화도 시도 때도 없이 하고 그래서 자기를 정말 좋아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그래서 자기를 따라 다니는 남자는 별로 좋아하지 않고 오히려 멀어져 가는 남자를 좋아하는 자신의 성격을 물리치고 자기도 좋아하기로 마음을 먹은 그날. 집 앞에서 헤어지려는 찰나에 뽀뽀 비스무레한 굿나잇 인사를 해 달라는 그 놈팽이의 요청에 대해 '아직 사귀자는 신청도 없이 무례한 요구'라고 생각한 아이가 화를 내며 집으로 들어간 모양이다. 그런데, 그 이후 이 놈팽이가 잠수를 탔단다. 조카녀석의 고민은 대충 이렇다. - 얘가 과연 나를 좋아하긴 했던 건가 - 해달라는 것을 해주지 않아서 잠수 중인건가 - 아니면 뭔가 다른 일이 있는건가 - 헤어지지 않으려면 해달라는 것을 해줘야 했던 건가 등등 나는.. 드라마처럼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고 집도 못찾아 가는 중이거나, 좋게 보면 연애 과정에서 흔히 나타나는 '밀고 당기기'를 하는 중일거다. 정말로 좋아했다면 "걱정돼서 그러니 잘 있다는 문자라도 보내달라"는 몇번의 문자를 무시하긴 어렵다고 보이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 만으로 좋아한다거나 좋아하지 않는다는 평가를 쉽게 내리지 말기 바란다는 아저씨 냄새 푹푹 나는 얘기를 해줬다. 그러면서 "좋아하지도 않는데 어떻게 그렇게 잘 해줄 수 있느냐"와 "좋아한다면 이렇게 걱정 시킬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간의 내 악행에 대해 얘기를 해 줄 수밖에 없었다. 아이를 납득시키기 위해 피하기 어려운 선택이었던 거다. 일종의 살신성인이라고나 할까. 조카에게 드러난 내 비리도 그렇고.. 여러모로 심경이 복잡한 하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