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fterWeddingMarch ] in KIDS 글 쓴 이(By): blueyes (魂夢向逸脫) 날 짜 (Date): 2010년 09월 08일 (수) 오후 03시 02분 54초 제 목(Title): 어느새 다 컸어 다빈이는 이제 44개월이 되었다. 좀 애매한 나이이긴 하다. 어디에선 별도로 요금을 받고, 어디에선 아직까지 무료이다. 다행인 점은 부페에선 아직 돈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빈이가 어른 한명만큼 먹어 치운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무척이나 남는 장사이다. 먹는 얘기가 나와서 잠깐 옆길로 새자면.. 이젠 어느 식당을 가도 기본 3인분을 시키게 된다. (고기집은 예외. 왜냐면 고기집에서는 5인분 이상을 시키게 되니까.) 지난 주말에 갔던 만두집에서도 만두국, 김치찌개, 비빔국수에 빈대떡, 그리고 공기밥을 추가해서 먹었으니 말이다. 물론 이 많은 양은 다빈이만 많이 먹어서 발생하는 결과는 아니다. -_-;; 유치원에 가기 시작하면 일찍 자야하기 때문에 어렵겠지만, 아직까지는 마음껏 늦게 자는 편이기 때문에 거의 매일을 놀아주곤 한다. 매일 매일을 보면서도 가끔은 자라나는 아이의 새로운 모습에 깜짝 놀라기도 하고. 며칠 전에는 아이가 혼자서 전동 장난감의 배터리를 갈아 끼웠다. 그 전부터 배터리가 다 되었다며 함께 고치자는 얘기를 했었는데, 함께 노는 잠깐의 시간동안 드라이버를 다루는 "끔찍한 모습"을 보고 싶지 않은 나는 차일피일 미뤘더랬다. 그러던 와중에 내가 방으로 들어가니 따라 들어와서 드라이버 세트를 꺼내 들고는 흔들어 보이면서 "아빠! 장난감 고치자" 그러는 것이다. 나는 "옷을 갈아입고, 손을 씻고, 그 다음에 같이 하자"고 말했다. 그리고 욕실에서 나와 거실로 가니 아이가 혼자 나사를 빼고 있었다. 여섯개의 드라이버 중에 크기가 맞는 십자 드라이버를 꺼내어 들고는 나사를 거의 풀어버린 상태이다. 한번 두고 보기로 했다. 나사를 다 풀고.. AA 사이즈 건전지 두 개를 꺼내고.. 새 건전지를 꺼내서.. 극에 맞게 건전지를 끼운다. 나사를 주면서 다시 조립해 보라고 했다. 그랬더니.. "아냐. 그 전에 잘 되는지 검사부터 해야돼" 그러면서 전원을 켜고는 동작하는지 확인해 본다. 마음에 드는지 나를 보고 씨익 웃고는, 다시 드라이버와 나사를 들어서 조립을 한다. 이제 다 키웠단 생각이 들었다. 물론 드라이버에 익숙한게 영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말이다. 어제는 내 생일이었다. 집사람이 고기 반찬을 해 놓고 기다릴 것도 아니고, 생일인데 추레하게 사무실에 남아있기도 싫어서 전날 자기 전에 "저녁이라도 함께 먹을까?" 얘기를 꺼내어 둔 터였다. 하지만, 마땅히 먹을만한 데도 모르고, 퇴근 시간에 움직이기도 귀찮아서 자는 동안에 다 까먹어 줬기를 바랬다. 하지만, 5시가 되자 핸드폰이 드드득 떨었다. 표시창을 보니 집사람 전화번호가 뜬다. "여보세요?" 이젠 발신자 번호가 뜨기 때문에 누가 전화했는지 뻔히 알지만, 수십년간 같은 패턴으로 전화를 받는다. "아빠~ 난데.. 오늘 회사 언제 끝나?" 이 녀석은 엄마한테는 극존칭, 나한테는 반말이다. 예를 들면, "엄마, 도와드릴까요?"와 "아빠, 도와줄까?", "엄마, 저녁 드셨어요?"와 "아빠, 밥 먹었어?" 이런 식이다. "응... 아직 잘 모르겠는데..엄마 바꿔줄래?" 전화통화는 그다지 반기는 편이 아닌 데다가, 대화가 매끄럽지 않게 될 가능성이 높은 아이와의 통화는 사무실에서 할만한 성질의 것이 아니다. 자꾸 같은 얘기를 반복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은 인사만 하고 아이 엄마와 얘기를 하려고 한다. "엄마 저기 친구랑 있어. 아빠. 이따 저녁때 여기로 올래?" 다짜고짜 여기로 오라는 것은 아직 자기가 세상의 중심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겠지. 거기가 어디냐고 물었다. "응. 여기 아이팍" 아직 어떡할지 결정하지 못한 나는 다시 엄마를 바꾸 달라고 했다. "아니면 내가 갈까?" 이런 대화를 하다 보니 이미 다 큰 성인이 된 것 같다. 게다가 이 녀석은 협상을 하려고 드는 편이라서 더 그렇게 느껴진다. 물론 엄마를 보고 배워서 그런 거긴 하겠지만 말이다. 일테면, 밥을 다 먹으라고 하면 "세 숫갈만 먹을게요"라고 하거나, 5분만 더 놀자고 하면 "10분 놀면 안되요?"라고 협상안을 제시한다. 시계도 못보는 녀석이 말이다. -- 아래는 제목과 무관한 번외편 -- 어찌어찌 만나서 저녁을 먹고는 마트에 들러서 장을 보았다. 아이를 카트에 태우고 열심히 놀고 있는데, "아빠! 문자왔어" 그런다. 돌발성난청으로 인해 문자수신알람은 거의 듣지 못해서 항상 뒤늦게 문자를 확인하는 편이다. 그런데 아이는 전화가 가방에 있건 주머니에 있건 기가 막히게 알아챈다. "해피버스데이~ 맞나??^^" 우두커니 서서 한참을 들여다 보았다. "아빠. 뭐래?" 정신을 차리고는 생전 처음으로 문자 보호기능을 사용한 다음.. "생일 축하한대" 그러고는 카트를 밀고 열심히 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