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WeddingM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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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fterWeddingMarch ] in KIDS
글 쓴 이(By): blueyes (魂夢向逸脫)
날 짜 (Date): 2010년 05월 19일 (수) 오후 02시 32분 47초
제 목(Title):   공, 상



제목을 일단 쓰고 보니 자꾸 "사농공상"이 생각난다.
내가 의도한 바는 "논공행상"의 공과 상이었는데..
게시판 성격에는 맞지 않지만 마땅히 쓸만한 보드가 없어서 여기다 끄적거린다.

사실 난 친화적인 성격의 소유자는 아니다.
오히려 감정이 메말랐기 때문에 내가 겪지 못한 감정적인 상태에 대해서는 전혀 
공감을 하지 못하는.. 일종의 감정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과 친하고픈 생각도 들지 않기 때문에 공부야 편히 했지만
(남들과 노는 것보다 혼자 노는 걸 좋아했다. 이를테면 공부)
사회생활을 하는 것이 적잖이 어렵게 느껴지고 있다.

내가 사람들을 보면서 신기하다고 느끼는 것 중의 하나가 이것이다.
어떻게 한 일도 별로 없으면서 저렇게 열심히 준비하고 열심히 일한 것처럼 
보일 수 있을까..
가장 강력하게 이런 느낌을 받았던 경험이 MBA 출신과 일을 할 때였다.
(회사 업무는 아니었고 사교 모임의 행사를 추진하던 때)

구구절절이 쓰려니 또 귀찮아져서 하려던 얘기를 하면..
며칠 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
외부에 due diligence 문서를 작성해서 전달해야 할 일이 생겼고, 이걸 어떻게 
작성하나하는 회의를 가졌다.
그때 A가 나서서 1) 이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고, 2) 시간도 많이 걸리고, 3) 
자기가 책임지고 하겠다는 요지로 얘기를 했다.

문서 작성은 제일 하고 싶지 않은 일이라 행복한 마음을 가지고 회의를 
나왔는데, 마감일이 가까와 오는데도 결과물에 대한 얘기가 없다.
그러다 내게 슬쩍 다가와서 "다른 중요한 일로 바빠서 못했는데, 이 정도 
문서라면 하루에 끝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내 대신 해줄래?" 라고 한다.

나야 키즈에서 갈고 닦은 글빨이 있어서 적당히 있어 보이게, 신속히 쓰는 거야 
잘하는 일이었지만.. 일로 하는 문서작성은 영 취미에 맞지 않아서 하기 
싫었으나.. 역시 회사 잘되자고 하는 일이라 서둘러 작성을 해줬다.

그러고는 며칠 후인 오늘.
다들 모인 자리에서 "내가 작성한 초안"을 가지고 며칠동안 작업하느라 
"힘들었노라"는 얘기를 덧붙이며, 오늘 중으로 문서를 전달할 예정이라는 
보고를 한다.

오잉? 그건 또 무신 소리지?
난 첨부문서만 첨부하면 될 정도로 작성을 해서 줬는데 뭐가 부족했단 말인가?
그게 있었다 한들 며칠이나 걸릴 정도로 많았단 말인가?

일단은 그냥 흘리고 나서 계속 찜찜하기에 담배 피우러 나가서 물어봤다.
어디가 어떻게 부족해서 무엇을 보충했는지..
그랬더니
  "수정한게 없단다."

자기 일만 열심히 해도 성공하기 어려운 판에 이런 사소한 것까지 신경을 
쓰면서 살아야 한다니...
그냥 혼자 하면서 돈 벌 수 있는게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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