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WeddingMarch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목록][이 전][다 음]
[ AfterWeddingMarch ] in KIDS
글 쓴 이(By): blueyes (魂夢向逸脫)
날 짜 (Date): 2010년 05월 04일 (화) 오후 06시 32분 50초
제 목(Title):   이별



벌써 결혼 10주년이 되었다.
마나님은 한달 전부터 왼종일 애만 보고 있는게 미칠 것 같다고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난 하루 종일 아이랑 놀고 있고 싶구만.)
그렇다.
난 아들을 적진에 볼모로 보낸 아버지일 뿐이다.
마나님의 컨디션이 저하되거나, 심기가 불편하거나, 응원하는 야구팀이 
지기라도 한다면 내 마음은 한없이 불안해지기만 한다.

그래서 일본에 놀러 갔다 오겠다는걸 그러라고 했다.
가뜩이나 돈이 없어 힘들지만, 뭐 어차피 사는게 다 그게 그거 아니겠나.
한가지 문제가 있다면 출근길에도 보고 싶어지는 아이랑 일주일이나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섭섭한 것도 있다.
비단 고생스럽긴 마나님 뿐만이 아닐진대 왜 지들끼리만 가겠다는 건가.
그래서 한마디 해줬다.
  "나한테 미안해지지 않을까?"
돌아오는 답변은 나름 멋있었다.
  "일주일만이라도 애보는 고통에서 해방되셔~"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했다.
다음에 금전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여유가 되면 반드시, 꼭 아이랑 둘이서만 
한달간 유럽 여행을 가리라.
물론 이것도 나 좋으라고 하는 일이 아니라 마나님을 육아의 고통에서 
해방시키기 위한 자기 희생 차원이다.

어쨌거나 돈이 풍족하지 않으니 나 하나라도 빠지는 편이 나았을 거라고 
생각하고 편해지기로 했다.

하지만, 정말로 오랜만에 맛보는 해방감은 부인할 수가 없다.
몇년만에 처음으로 "딩굴딩굴"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한번 잠에서 깨면 쉽게 잠들지 못하는 내가 잠이 깰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늦게 들어가도 (특별히 할 일도 없어서 회사에 있다 퇴근하는 거지만) 누가 
기다릴거란 부담감이 전혀 없다.
TV도 크게 틀어놓고 볼 수 있다.

오늘이 벌써 나흘째 혼자 자는 밤.
어제는 "다빈이가 보고 싶어도 씩씩하게 꼬~옥 참아요"라는 전화까지 받았으니, 
오늘도 힘내서 맥주와 미드로 긴 밤을 지새워야겠다.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 목록][이 전][다 음]
키 즈 는 열 린 사 람 들 의 모 임 입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