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fterWeddingMarch ] in KIDS 글 쓴 이(By): blueyes (魂夢向逸脫) 날 짜 (Date): 2010년 01월 07일 (목) 오전 09시 07분 19초 제 목(Title): 범죄의 이유 비록 우리 회사는 코딱지만큼 작지만, 회사가 들어있는 건물이 좀 되는 건물이라 출입이 까다로운 편이다. 그래서 건물을 드나들 때에 신분증을 개목걸이처럼 목에 걸지 않는다면 경비가 "어디 가십니까?"라고 물어온다. 이런 귀찮음을 피하기 위해 하기 싫은 개목걸이를 억지로 하고 있는데... 연휴가 끝난 다음에 출근을 하려다 보니 개목걸이가 없는게 아닌가. '음.. 사무실에 두고 왔나보군' 실은 더 찾기 귀찮아서 이렇게 생각했을 뿐이다. 틀림없이 연휴 전에 챙겨가지고 나와서는 곱게 내 방의 책상에 올려 놓았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집에서 더 찾고 있다가는 교통대란의 한 가운데 끼일 뿐이라서 경비한테 시달림을 당할 각오를 하고 출근에 나섰다. 역시나 사무실에는 신분증이 없었다. '뭐.. 집에 가서 찾으면 나오겠지' 또다시 귀찮아진 나는 아무 생각없이 다음으로 미뤄 버렸다. 그리고 퇴근 후의 집... "다빈! 아빠 출입증 어디다 뒀어?" "출입증?" "아빠 사진도 불어있고 목에다 이렇게 거는거 말야" "목에다 거는거?" "그래, 너 좋아하는거 말야." 보통은 집에 들어올 때에는 가방에 넣고 들어오는데 깜빡잊고 몇번을 목에다 걸고 들어왔더니 그게 멋져 보였나보다. 자기도 하겠다고 하도 졸라대서 몇번은 빌려줬었고.. 혹시라도 잃어버릴까봐 아이 사진을 넣어서 캘포냐 운전면허증처럼 만들어다가 아이 목에다 걸어주기도 했었다. 암튼.. "아.. 내가 좋아하는거.. 그거 내가 가졌어요." "그건 아빠 건데 네가 왜 가져?" "아빠 회사 가지 말라구요" 아쁠싸. 새해 연휴에 내 방에 들어와서 신분증을 만지작 거리는 아이한테 만지지 말라고 하던 대화가 이제사 기억이 난다. "다빈아 그거 만지지 마." "왜에?" "그거 잃어버리면 안되니까." "왜에?" "그거 없으면 아빠가 회사에 못가요." "응. 알았어." 이제 보니 이 녀석이 그걸 기억하고 있다가 회사가지 말라고 가져간 거로구나. "아빠가 그게 꼭 필요해. 그거 어디에 있어?" "모르겠는데?" "잘 생각해봐. 아빠가 그게 필요해." "생각 안나." 어디다 감춰두고 잊었거나, 아니면 모른다고 잡아 떼는 것이리라. 어느 편이건 쉽게 찾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참고로.. 얘는 1월 4일자로 세돌이 되었다. 앞으로의 나날이 참으로 길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