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fterWeddingMarch ] in KIDS 글 쓴 이(By): blueyes (魂夢向逸脫) 날 짜 (Date): 2009년 11월 11일 (수) 오전 11시 18분 53초 제 목(Title): 꿈 벌써 이틀이나 지난 얘기다. 난 솔직히 어릴 적부터 꿈이 잘 맞는다, 길몽이니 복권을 사고 흉몽이니 조심하라는 얘기를 믿지 않았다. 하긴 믿지 않은게 그것 뿐인가. 미역국을 먹으면 시험에 떨어지고 엿을 먹으면 붙는다는 얘기도 마찬가지였었다. 그래서 학력고사 당일날 미역국을 끓여 달라고 난리를 쳤고, 엄마가 주신 엿은 고사장에 가서 먹겠다는데도 굳이 엄마가 보는 데서 먹고 가라고 하셨더랬다. 암튼 오늘 하려는 얘기는 꿈이니까. 엄마는 자칭타칭 꿈이 잘 맞는 사람이다. 그래서 "오늘은 조심해라"라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자랐다. 물론 조심하란 날에 사고가 난 적은 한번도 없었다. 오히려 장난꾸러기였기에 사소한 사고가 잦았던 나는 조심하란 얘기가 없었던 날에만 사고가 났다. 역시 엄마는 그에 대한 해석이 다르다. "조심하라"고 했기 때문에 피할 수 있었다는 것.. 사실 난 꿈을 거의 꾸지 않는 편이다. 전문가에 의하면 다들 꿈을 꾸지만 기억하지 못할 뿐이라고 하는데, 내가 잠을 짧고 깊이 자기 때문인지 일어나서 꿈을 꿨다고 기억하는 날이 드물다. 하지만 꿈을 전혀 꾸지 않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무서운 꿈도 많이 꿔봤고, 몽정할때처럼 행복한 꿈도 꿔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이 뭔가를 예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것 중의 하나는 꿈을 꾸면서도 이게 단지 꿈일 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이틀전 월요일. 다빈이를 재우고 나니 새벽 2시가 넘었다. 보통은 안아서 재우는 날이 많은데 (이미 훌쩍 커버렸음에도 불구하고 안아서 재우는 이유는 단지 그게 내 시간을 훨씬 적게 잡아먹기 때문이다. 누워서 재우면 최소 한시간, 안아서 재우면 20분이내.) 이날은 누워서 자장자장을 해서 재웠다. 안아서 재운다면 내 잠은 멀리 달아나 버리기 때문에 쉽게 잠들지 못하지만, 누워서 재우면 나도 일찍 잠에 들 수 있다. 그래서 아마 나도 그때 쯤에 잠이 들었을 것 같다. 그런데 잠깐동안 너무나 기분나쁜 꿈을 꾸었다. 이번에도 꿈을 꾸는 동안 이게 꿈이라는 것을 알았고, 꿈 속에서의 잠시 후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았으며, 그게 벌어지지 않기를 바랬지만, 언제나처럼 바라지 않는 일이 일어났다. 내 꿈의 패턴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단지 꿈에 등장하는 사람이 달라졌을 뿐이다. 꿈속에서의 나는 다빈이의 시신을 수습하며 울부짖다 깨고 말았다. 꿈이란걸 알면서도.. 시계를 보니 3시 30분. 고작 한시간 남짓 잠들었던 거다. 그러고 나서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러고는 9시가 되도록 쿨쿨 자고 있는 아이와 아이 엄마를 두고 나오면서 잠이 깨지 않도록 예약문자를 11시에 맞춰 보내 놓았다. "나쁜 꿈을 꿨어. 오늘 조심해줘." 그러고 나는 깨달을 수 있었다. 나쁜 꿈을 꾸었으니 조심하란 얘기가 얼마나 큰 사랑을 담고 있는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