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fterWeddingMarch ] in KIDS 글 쓴 이(By): mipsan (-=나영화=-) 날 짜 (Date): 2009년 06월 08일 (월) 오후 05시 25분 12초 제 목(Title): Re: 캠핑 캠핑에 대한 기억 유일한 거 하나. 내가 중2때, 교대 2학년이던 삼촌, 여자친구랑 함께 왔다(다행히 지금은 외숙모) 나름 텐트 좀 쳐봤다고 자신하길래 내 동생과 함께해서 4명이 고향의 유명한 계곡으로 이동. 캠핑에 가서는 BBQ를 해야된다는 난생 처음 듣는 논리에 "생 닭 - 살아있는 닭"을 비닐에 담아서 이동. 그 때는 7월의 뙤약볕 쨍쨍 내리쬐던 날. 도중 닭 질식사. 안죽으면 오히려 이상하지. 10리도 넘는 길을 걸었는데.. 1. 텐트: 그 중간 기둥 긴 거 두개 세우고 4 모서리 짧은 기둥들, 그리고 팩 박기. 밖에서는 남자들이 해야 한다는 또 이상한 논리에 삼촌과 둘이서 씨름. 아마도 그 텐트 치는데 2~3시간 걸린 거 같다. 이쪽 팩 박고 나면 저쪽 뽑히고 중심 안 맞고 등등. 군 제대 후에 했더라면 30분에 끝냈을거다. 2. 문제의 생 닭: 고향 아버지는 닭집과는 연이 먼 인물임에도 닭 손질에는 귀재시다. 어디 닭뿐이랴. 산토끼, 꿩, 돼지 등 당신 손에 잡히면 깔끔하게 단장되어 부위별로 착착 분리되어 나온다. 하지만 문제의 삼촌은 범생이과라 '닭 털'조차 뽑는 법을 몰랐다. 결국 어깨넘어로 배운 내가 어설프게 털을 뽑았는데, 그 꼬라지가 개한테 쫓겨 도망가는 털빠진 수탉 모양새다. 3. 닭 요리: 말이 요리지. 문제의 삼촌. 어디서 본 건 있어서 쇠꼬챙이에 멋지께 닭을 꽂아 빙빙 돌리면서 구어야 한단다. 하지만 그러려면 닭의 내장을 손봐야 하는데 이건 내가 덤빌 수 있는 경지가 아니다. 그래서 그냥 닭 머리의 입에서 똥꼬로 찔렀다 힘 무지 들여서. 그리고 Y자 나무 주워다가 걸고 구웠다. 구워졌다고 믿었다. 닭 털들이 다 타버렸고 나름 고소한 냄새가 났으니. 하지만 닭의 껍질만 익었더라. 닭 다리 조차 하나도 안 익고. 제길. 그래서 네 사람의 입만 새까맣게 만든 닭은 숲에 몰래 버려졌고 오뚜기 3분카레로 어설픈 저녁밥을 해 먹었다. 4. 지금 생각해보니, 그날 텐트까지만 쳐주고 아래 동네로 내려왔더라면 그 집 장남이 나이가 더 많을 수도 있겠다 싶다. 그리고 지금은 그 골짜기에서 저랬다가는 조간 신문에 나올거다. 국립공원이다. ------------------------------------------------------------------ 늘 준비된 떠돌아다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