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AfterWeddingMarch ] in KIDS 글 쓴 이(By): blueyes (魂夢向逸脫) 날 짜 (Date): 2007년 5월 29일 화요일 오전 10시 51분 22초 제 목(Title): 부부싸움 출근길에 한판 싸우고 나왔다. 그렇다고 이것 저것 집어던지고 그런 싸움은 아니지만 5개월이 되어가는 아들녀석이 똥그란 눈을 해서 두리번거릴 정도의 고성이 오간.. 부글거리는 가슴을 안고 출근하는 것도 기분이 심히 나쁘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걸 가지고 싸우고 나오는 것도 그다지 나은 기분은 아니다. 내가 인정을 해야만 하는 사실 중의 하나는 나는 "심하게" 잠이 없는 편이라는 것이다. 그게 출장을 가거나 워크샵이라도 가게 되면 같이 방을 쓰는 사람을 힘들게 만드는 이유라는 것도 인정을 한다. 하지만 내가 이렇다고 해서 다른 사람, 특히 아이도 이래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단지 잠이 많은 사람은 좀 불쌍하고 심하게 늦잠자는 사람은 한심해 하는 정도?) 나는 다만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부지런한 것이 얼마나 자기 인생에 큰 무기가 되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그걸 아이한테 가르쳐 주고 싶을 뿐이다. 사실 내가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고 가르친다 해서 아이가 그대로 자라줄 리가 만무하지 않은가? 내가 생각하는 부모의 역할은 모범을 보이는 것, 그리고 많은 가능성과 대안을 보여주고 그 안에서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평생 된장찌개를 못먹고 자란 청년에게 된장찌개가 몸에 좋으니 먹으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 아닌가? 부모가 해 줄 수 있는 거라고는 고작 스스로 선택할 때까지 된장찌개라는 음식도 있음을 알려줄 뿐이라고 생각했다. 갓난아기가 우리 집으로 배달되고 100일이 되던 즈음까지는 아이가 참 부지런했다. 다른 조카들처럼 아침에 잠투정도 하지 않고 씽긋 웃으면서 눈을 뜨고 한동안 혼자 놀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요새는 오전 내내 잠을 자고 있고 (그 원인인지 결과인지 모르겠지만) 새벽 3시까지 안자고 칭얼대는 일이 잦아지니까 나는 심각해질 수밖에 없었다. '얘가 혹시 부지런한 아침의 달콤함을 모르고 청년이 되어버리는게 아닐까?' 그래서 내가 적극적으로 택한 방법은 아침 저녁으로 직접 아이를 돌보는 것이었다. 물론 그 전에도 힘들어하는 집사람을 위해 내가 집에 있을 때에는 거들곤 했지만, 이젠 의도가 달라진 것이다. 사실 아이를 돌본다는 것은 엄청난 체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집사람 혼자서는 상당히 버거워했고, 무거운 아이를 잘때까지 안고 있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집사람은 아이의 잠투정이 심해지면 나를 긴급호출 할 정도였다. 아무튼 그래서 나도 힘들고 피곤하지만 조금 더 고생하기로 한거였다. 가급적 아이가 자야하는 시간인 10시 이전에 퇴근을 하고, 그때부터 아이를 재우기 시작하고, 아침에 아이가 깨게 되면 다시 재우지 않고 우선 놀아주는 일을 한 것이었다. 성과는 아주 금방 나타났다. 새벽까지 칭얼대던 아이가 늦어도 12시 이전에는 자기 시작했고, 출근때까지 자고 있던 아이가 6시면 깨서 놀기 시작했다. 오늘도 아이가 깬 것은 6시.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아이 침대로 가보니 혼자서 열심히 놀고 있다가 내 얼굴을 웃는다. 그때부터 출근준비를 시작하기 전인 8시 30분까지 열심히 놀아주다가 샤워를 시작해야 하겠기에 집사람을 깨우고 아이를 맡겼다. 그런데!! 이 사람이 자기가 졸립고 피곤하니 아이를 받아들고 "자장자장"을 하는 것이 아닌가. 참 어려운 일이다. 부모가 아이를 키우는 일 자체가 어렵기도 하지만, 부모가 일관된 원칙을 가진다는 것도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아닌가. 그래서 결국 '아이에게 부지런한 아침을 맛보게 하고 싶어'로 시작한 싸움이 '그래서 내가 늦잠꾸러기라는 거야?'로 끝나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