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fterWeddingMarch ] in KIDS 글 쓴 이(By): maureen (CallMeZerg) 날 짜 (Date): 1998년 12월 7일 월요일 오후 07시 47분 04초 제 목(Title): 고부간의 갈등. 시댁과는 가깝지 않은 곳에서 학교를 다니는 덕분에, 또 한창 바쁠 박사 고년차라는 이유로 시부모님과는 그리 접촉이 많지 않은 나로서는 어쩔 때 한번 올라가서 예쁜 짓이나 하면 며느리 노릇이 다 끝난다. 그런데 동서네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결혼한지 한달 좀 넘은 시동생네는 시댁과 한시간 거리의 지척에 살고 이러저러한 사정이 있어 시어머님게서 일주일에 하루이틀은 그 집에 가셔서 일을 도와주어야 하는 형편이다. 한날은 시어머님이 오시자 동서가 "어머님, 김치 볶음 해 드릴께요" 라면서 후라이팬에 김치를 볶았다고 한다. 그랬더니, 어머님께서는 "에그. 프라이팬 다 상하는데."라며 걱정스런 소리를 하셨다고 한다. 우리집에는 푸라이팬이 두개 있다. 하나는 전이나 달걀 부침개 전용으로 납작하고 넓은 놈이고, 다른 하나는 깊이가 10센티쯤 되는 우묵한 것으로 볶음 전용으로 산 것이다. 다 테플론 코팅이 되어 있어서 웬만하면 눌어 붙지 않는데 쇠로 된 주걱으로 푸라이팬을 뒤적이면 꼼짝없이 코팅이 긁히고 벗겨지므로 볶을 때는 꼭 플라스틱 주걱(멜라민 수지로 만든 주걱이 최고다. 이것은 보통 조리시의 열로는 변성이 되거나 타지 않는다.)으로 뒤집는다. 동서는 살림한지 며칠 되지 않아 이런 것을 잘 몰랐을 수도 있다. 나야 비슷한 처지인지라 내가 실수한 걸 생각하면서 낄낄거릴 수 있지만 시어머님의 입장에서 보면, 마음에 좀 거슬리지 않을까 싶다. 이런 식으로 살림살이의 세세한 부분에서 서투르고 못 미더운 며느리일진대 시어머님의 입장에서 이뻐 보일리가 있을까. 이런 점에서 보면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는 살림을 하는 여자 쪽이 그냥 친정에서 친정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싶다. 남자들이야 대부분의 경우 밖으로 돌기 때문에 가정의 살림살이의 세세한 부분에서 처가 사람들과 다툴 일이 별로 없기 때문에 쓸데없는 소모적인 부부싸움은 덜 일어날 듯 하다. '남자는 칭찬에 약하고 여자는 분위기에 약하다.' -모렌의 세상보기 vol.0, chap.xx-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