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fterWeddingMarch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노란컵) <math1.kaist.ac.> 날 짜 (Date): 1998년 9월 27일 일요일 오전 02시 36분 03초 제 목(Title): 이곳에도 비가 옵니다. 지금 비가 오고 있습니다. 비가 내리는 시기가 되려면 아직 멀었다는 말을 들었는데, 지금 비가 오네요. 이곳에도 계절이 바뀌어 가나 봅니다. 전에는 아침에 일어나면 매일처럼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만 계속 되었었거든요. 며칠전부터 아침에 잔뜩 흐려 있어요. 민둥산인 앞 산머리에 구름이 서려 있고요. 오늘 아침에는 집에서 5분 거리인 호수에 갔다 왔어요. 호숫가 잔디에는 이탈리안 포플러-우리나라에서는 미류나무라고 하죠- 가 줄을 져 서 있는데 여름 내 파랗던 잎들이 물들어 가더군요. 쌀쌀한 바람에 색을 잃은 나뭇잎들이 이리 저리 뒹굴어 가고, 사람들은 호숫가를 따라 조깅을 하더군요. 이곳에서는 나뭇잎들이 일년 내내 파랄줄 알았어요. 그래서 걱정도 했었죠. 일년 내내 똑같은 날씨를 어떻게 견디나 하고요. 여름 끝무렵에 알에서 깨어난 듯 작은 오리 새끼가 어미를 따라 종종 걸음을 치고 있고, 만에서 호수까지 날아온 흰 갈매기가 입을 쫙쫙벌리며 날카롭게 울부짖고, 커다란 청둥오리들이 호수에서 헤엄을 치고, 까마기들이 이리 저리 날아 다니더군요. 잔뜩 흐린 하늘에 하늘을 투영한 듯 흐린 호수. 스산한 아침이네요. 커피라도 한 잔 마셔야 겠어요. 그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