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WeddingM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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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fterWeddingMarch ] in KIDS
글 쓴 이(By): blueyes (魂夢向逸脫)
날 짜 (Date): 2001년 10월 29일 월요일 오후 08시 29분 30초
제 목(Title): 제발



며칠 전에는 마나님이랑 노래방엘 갔다.
결혼 전에는 나랑 같이 노래방에 가면 재미가 없다는 투정을 듣고도 열심히 
가곤 했지만 (그래도 마나님한테는 모질랐겠지만) 이제 어느덧 중년의 나이가 
되니 내가 어릴 적의 엄마, 아버지가 그랬듯 아무리 노래를 들으며 외우려 해도 
가사는 물론이고 멜로디도 외워지지 않는 터라 노래방에 가는 것을 피하곤 
하다가 순전히 봉사하는 느낌으로 간 거였다.

"이번에도 노래방에 가서 아무 노래도 안부르다 올거지?"
지난 번에 같이 갔을때 템버린조차 흔들어주지 않고 한시간을 그냥 가만히 앉아 
있다 나온 나를 힐책하는 말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노래를 부르지 않은 거면 
가지 않겠다는 뜻을 내포한..
아저씨처럼 옛날 노래만 부른다는 말을 들어도 어떠랴 싶었다.
그리도 가고 싶은 노래방이라면..

역시 새로 나온 노래는 실패했다.
지길.. mp3 다운받아다가 듣고 또 들었는데 요새는 음악에 관계된 뇌세포가 
죄다 사망했다보다.
자신있게 부를 수 있는 부분은 고작 두세 소절 뿐이었다.
나머지는 웅얼웅얼..

그러다 나도 친구들과 노래방에 가서 즐기듯이 부르자는 생각에 고른 것이 
들국화의 "제발"이었다.
대딩때 들국화의 노래는 별로였었다.
가사와 곡은 마음에 들었지만 노래를 부르는 스타일도 그랬고, 뭐니뭐니해도 
대마초에 관계된 사건도 그랬으며.. 일단은 생긴 것도 맘에 안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얘네들 노래는 나이를 먹을수록 씹는 맛이 난다.

제발 그만 해줘.
나는 너의 인형이 아니잖니.
너도 알잖니.
다시 생각해봐.
눈을 들어 내 얼굴을 다시 봐.
나는 외로워.
난 네가 바라듯 완전하진 못해.
한낱 외로운 사람일뿐야.
...

(음냐.. 이런 노래는 외우지 않아도 잊지 않는다니..)
추억은.. 때론 세상살기 깝깝하게 만드는 것 같다.
이젠 별다른 추억도 남아있지 않은 나도 그렇게 느껴지는데 추억이 많은 
사람들은 얼마나 세상살기 힘들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노래를 부른 후에 마나님이 다음 노래를 고르는 동안 이 노래에 대한 얘기를 
하나 해줬다.
옛날 옛날 한 옛날에.. 내가 누구를 너무너무 좋아하던 때가 있었어.
근데 얘는 날 너무 아프게 하는거야. 날 너무 힘들게 하는거야.
그래서 하루는 내가 노래를 불러줬어. 바로 이 노래를..
내 마음을 다 실어서.. 내가 하고픈 얘기를, 내가 못하는 얘기를 이 노래에 
실어서..
근데도 걔는 내가 무슨 마음이었는지 알아채질 못했어.

젠장. 그런데도 내가 하는 얘기를 알아듣지 못하고 태연하게 다음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또 머냐?
도대체 질투란게 있기는 한 사람인지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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