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WeddingM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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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fterWeddingMarch ] in KIDS
글 쓴 이(By): maureen (UltraGirl)
날 짜 (Date): 2000년 11월 15일 수요일 오후 10시 43분 17초
제 목(Title): [여성신문네티즌칼럼]남편 칭찬하기와 욕하


 
  
2000/10/29 인터넷기자 이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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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칭찬하기와 욕하기 
 
 
남편 칭찬하기, 욕하기


나도 가끔 내 남편이 불쌍하게 생각될 때가 있다. 내가 다른 이들에게 남편 칭찬을 
거의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혹시 나만의 착각?) 그렇다고 해서 드러내놓고 
욕하고 다니지도 않는다. 내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거의가 우리 사회에서 남성 
일반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 여성 일반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 그 불공평함에 대한 
것들이다.

내가 한창 이런 얘기를 늘어놓고 있을 때 어떤 여자들은 슬그머니 자기 남편 
얘기를 꺼낸다. 듣고 보면 거의 칭찬이다. 자기 남편이 설거지 하는 얘기, 아이들 
씻기고 재우는 얘기…… 글쎄, 이들 말에 따르면 내 주위에서 바깥일을 하는 
여자들은 대부분 남자가 가사일에 참여한다. 그리고 여자들은 제 나름대로 평등한 
부부관계를 이루고 있다고 긍지를 갖고 있는 것 같다.

평등한 관계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도 소중한 일이다. 하지만 나는 여자들 자신이 
어느 정도는 환상에 젖어 있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완전한 평등’이란 
현실적으로 규정하기도 어렵거니와 실현될 수도 없을 것이다. 더구나 둘의 관계가 
크게는 사회 현실 속에서 규정되고 있음에랴.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평등’에 
대한 서로의 일치, 그리고 그에 도달하려는 노력일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 ‘직장’을 다니는 보통 남성들은 이미 구조적으로 가사노동에 
참여하기가 아주 어렵게 되어 있다. 일찍 출근, 늦게(개인적인 이유로, 또는 
업무상의 이유로) 퇴근. 주중에 집에 있는 시간은 참 적다. 이들이 가사노동에 
참여한다고 해 봤자 전체 가사노동에서 미미한 부분이 된다.

가사노동을 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그게 어디 설거지, 세탁, 청소, 요리…이렇게 
무 자르듯이 잘라지는 일인가. 식단 계획, 저렴한 장보기를 위한 전략, 철철이 옷 
관리, 쓰레기 줄이기 위한 구상…..예를 들자면 이런 계획과 실행이 모두 
가사노동에 해당된다. 가사노동을 말 그대로 평등하게 하려면, 이 모든 것을 
아내와 남편이 적절히 책임져야 한다. 

내 남편은 청소와 설거지 담당이다. 나는 요리와 세탁을 담당한다. 아마 이렇게 
말하면 매우 합리적이고 평등하게 가사노동이 분담되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내 입장에서 말하면 그것은 턱도 없는 소리이다. 남편은 날마다 한번씩 
설거지를 하고, 청소는 일이 주에 한번 한다. 하지만 바쁠 때?내가 보기에는 
아직도 근본적인 반성을 못 하고 있기 때문이지만?는 이를 어긴다. 그럼 그 차지는 
내 몫이다. 내 몫인 요리는 하루 세 번, 그리고 간식까지 고민의 대상이다. 세탁은 
2, 3일에 한번씩 세탁기를 돌리면 되지만, 널고 개는 일, 이불, 발깔개 같은 옷 
이외의 세탁물들을 제때제때 빠는 것도 내 몫이다. 나는 내가 책임진 일을 거의 
어김없이 한다. 그리고 그 이외에 명확한 단어로 표현할 수 없는 수많은 
일들?집안일과 관련된 것이 바로 내 몫이다.

결국 내 남편도 가사노동을 ‘분담’하는 차원이 아니라 ‘보조’하는 차원에 
머물러 있다. 이것은 아직 평등이 아니다. 남편이 설거지와 청소를 담당하도록 
하기까지 수많은 싸움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이 표현되지 않는 가사노동의 
영역까지 남편을 이끌어내기 위해 끊임없이 싸우고 있다. 나는 늘 저울질한다. 그 
저울은 내가 결혼해서 지금까지 한번도 반대쪽으로 기운 적이 없다. 빈 시소에 
어른 혼자 앉아 있는 모양처럼 가사노동의 저울은 늘 내 쪽으로 많이 기울어 있다. 

극소수의 예를 제외하고는, 이런 현실은 바로 우리 세대의 한계일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 어머니 세대는, 바깥일을 하든 집안일만 하든 가사노동을 전적으로 
부담하면서 동시에 낮은 지위에 머물러 있었다. 그것은 우리 어머니 세대의 
한계다. 우리는 거기에 불만을 갖고 이를 개선하려고 노력한다. 바깥일이든 
집안일이든 함께 책임지려는 의식이 강하고 그 책임감 만큼의 지위 향상을 
갈구한다. 하지만 쉽게 변하지 않는 사회구조와 제도, 문화상의 문제 때문에, 
그리고 남성으로서, 여성으로서 ‘길러진’ 자신을 완전히 탈피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 세대도 가사노동에서 완전한 평등을 이루지 못하고 그저 힘겹게 상대방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그칠 뿐이다. 내가 보기에, 남편 자랑하는 여자들의 
대부분이 바로 이런 처지이다. 남편들이 가사노동에 참여하는 정도가 저마다 
다르기는 하겠지만 그 본질적인 내용이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

하지만 내 딸 세대는 다를 것이다. 아니, 달라져야 한다. 물론 가사노동의 분담은 
개인의 노력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여러 가지 사회의 변화가 밑받침되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 딸들에게 여성으로 태어난 죄를 유산으로 물려주지 않으려면 
우리 세대의 날카로운 각성이 더욱 필요하다. 가사노동에 참여하는 남편을 
칭찬하고 고마워하는 거야 당연하겠지만, 우리 현실이 여전히 불평등한 상태에 
머물러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그리고 자기가 한 것에 대해 칭찬해 주기만을 
바라는 수많은 보통 한국 남편들에게 아직도 못다한 것이 얼마나 많이 남았는지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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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렌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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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가끔  생각합니다. 
울자기가 평범한 여자아이들의 1/10이라도 집안일을 해보고 컸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구요...

사회문화적인 이유로 집안일을 배우지 못하고 커서, 밖으로만 나도는 아내를 가진
덕에 집안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 내가 그 처지라도 갑갑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어짜피 누군가는 해야 할 일, 아내인 내가 그 모든 일을 할
체력과 시간이 없으니, 울자기가 '자기에게 할당된 몫은 어짜피 할 바엔 기쁜 
마음으로'하고 있습니다. 

결혼한 지 4년이 되었군요. 울자기가 그 동안 터득한 것은, 진공 청소기 다루기,
설거지 깨끗하게 하기, 빨래하고 잘 털어서 널기, 변기 닦기, 야채다듬기고 씻기,
전구 갈기, 식탁에 밥반찬이랑 수저 늘어놓기입니다. 이거 말고 나머지 일은 
대부분 제 차지구요. 

현재는 워낙 기본기가 안 되어 있는 선수에게 가사노동을 총체적으로 요구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란 것에 타협을 하면서, 울자기가 참여할 수 있는
가사노동의 가짓수를 늘려가는 것으로 위안을 삼고 있습니다.

저랑 오래 살다 보면, 울자기도 반은 주부가 되겠지요. 한 20년쯤 지나면...후후..





 


..maur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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