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WeddingM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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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fterWeddingMarch ] in KIDS
글 쓴 이(By): miz (Daughter)
날 짜 (Date): 1998년 7월 15일 수요일 오후 04시 59분 41초
제 목(Title): 낙서 4.



궁합이 뭔지는 몰라도, 그게 맞는지는 몰라도
이런게 궁합이 아닐까..라고 짐작되는 것들은 몇가지 있다.
굳이 궁합이란 이름이 적당한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기독교 신자이고, 사람들과의 원만하고 재미있는 관계를 중요시하고,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 혹은 나의 행복을 위해서) 약간의 돈을 지출하는
것에 관대한 편이다.

남편은 물신숭배자(결혼 전엔 무신론자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만)이고,
자기 울타리 밖의 사람들의 기분에 전혀 관심이 없고 (하지만, 울타리 안의 사람의 
기분에는 상당히 민감하다), "돈을 쓸데없는데 지출하지 않는 것"을 최고의
미덕으로 여긴다.

나의 입장에서 남편은 냉정한 구두쇠이고, 남편의 입장에서 나는 쓸데없는데 
돈을 펑펑쓰지못해 안달하는 기분파이다.

우리의 개성은 너무나 뚜렷하고 상대방에게 만큼은 "그냥" 양보하지 않는 편이다.

이 차이 때문에 지난 5년 동안 무수히 싸웠다.

때로는 우리의 가치관의 차이에 절망을 느끼기도 했다.
나의 힘으로는 더이상 어찌 해볼 수 없는 벽으로 느껴질 때도 많았으니까.

지금도 이 문제는 진행 중이고, 남편이 돈벼락을 맞지 않는 한 앞으로도 계속 
진행될 것만 같다.

결혼 상대자를 구할 때, 이런 차이를 잘 살펴보면 좋겠지만....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지 않는데에는 당할 재간이 없지.

이런걸 알려주는게 궁합이라면, 한번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결혼 전에 "너희는 이렇게 차이가 나니 헤어져라.."는 말을 들었다면 
헤어지는 것이 최선이었을까..?

그건 아닌 것 같다.

남편과 만나서 이런 차이로 싸우는 때보다는 어쨌든 행복한 순간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차이를 좁히는 것이 (아주 없애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차이가 많건 적건, 서로 합의에 도달하는 방법을 가질 수 있다면 
차이의 간격이 별로 문제가 안될 것 같다. 합의하는 방법은 부부가 부딪혀 살면서 
터득하는 것일테고.

우리는 아주 primitive한 사건으로 싸우고, 그 사건에서 만큼은 결론을 
확실하게(?) 내는 편이다.
예를들어, 어느날 밤에 애를 일찍 재우고 오붓하게 산책을 나갔다.
애를 낳고, 정신없이 애를 키우면 집에 있던 나는 오랜만에 예전의 낭만적인 
기분을 되살릴 수 있었다. 그러다, 분위기 있어 보이는 카페가 눈에 띄길래
남편더러 저기서 우아하게(?) 커피 한 잔 마시자고 그랬다.
남편은 펄쩍 뛰면서 집에서 끓여 마시던가, 자판기에서 빼마셔야 된다고
단호하게 거부하는 것이었다.

나는 오랜만의 홀가분한 기분을 누리고 싶어서 내가 살테니까 한번만 가자고 
졸랐다.
남편은 *정말로* 요지부동이었고.
죽으면 죽었지 못가겠단다...

그래서 싸우고 들어와서 딴 방에 들어가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었다.
남편은 나의 낭비벽(?)을 도저히 못참겠다는듯이 투덜거리면서 
자신은 *절대로* 잘못한 것이 없단다.

그 때 참 절망감을 강하게 느꼈던 것 같다.
내가 날이면 날마다 가자는 것도 아니고, 정말 몇달만인데...
집에서 애와 부딪혀 살다가 서서히 지쳐가는 나의 기분을 좀 이해해주지도 않고...

뭐, 그날도 울고불고 내가 좋냐, 돈이 좋냐 마구 난리 치다가 
결국 화해할 때는 이렇게 합의를 봤다.
세달에 한 번 정도의 빈도로 내가 원할 경우 함께 커피숍에 가준다.

그 이후 아직 한 번도 못 갔다.
좀처럼 기회가 안 생기더만.

그렇지만, 가더라도 너무 재미없을 게 뻔하다.
후루룩 후루룩 마시고 나서는 자, 이제 가자...난 커피 마셨다..
이러고 일어설게 뻔하다.

예전처럼,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생글생글 웃으면서 다정하게, 시간가는 줄 모르고
얘기할 수는 없을까...아마도 그런 환상적인 시간은 남편에게서 기대하기 힘들 것 
같다.
그래서 애인이 있어야 되는건지...

남편이 생글거리는 순간이 있기는 하다.

비싼 커피숍에 가자고 할 줄 알고 잔뜩 긴장했는데, 마누라가 의외로 집에서
끓여마시자고 할 때, 그래서 돈이 몇천원 굳을 때...그는 한없이 
상냥한 남편이 되어 온갖 서비스를 다 바칠 것이다....
이런 그를 어찌 미워만 할 것이며, 어찌 사랑할 수만 있단 말인가...
우리의 사랑은 항상 "애증이 교차하는" 아슬아슬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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