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fterWeddingMarch ] in KIDS 글 쓴 이(By): miz (Daughter) 날 짜 (Date): 1998년 7월 10일 금요일 오전 11시 44분 12초 제 목(Title): 낙서 3. 오늘은 결혼하고 5번째 맞는 나의 생일이다. 결혼 전에 "아내의 생일에 어떻게 해야 되느냐?"고 묻던 선배가 생각난다. 그 무뚝뚝한 사람이 아내의 생일 챙기고, 우리의 조언에따라 꽃을 한다발 사들고 집에 들어가는걸 보면서 흠..결혼은 할 만할 수도 있겠다.. 싶었던 기억. 세상에 그런 사람도 있는데..우리 남편은 우째 못그럴까..? 나는 *아마도* 환갑이 되도록 이런 말을 되풀이 할 것 같다. 내가 그에게 따뜻한 생일 축하를 더이상 바라지 않는다면 그에 대한 사랑과 기대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을 것 같다... 그래서 난 계속 그로부터 뭔가를 바랄 것이고, 그는 바위처럼 변하지 않을 것이고 생일을 전후로 한 우리의 다툼은 여전히 지속될 것이다... 나는 누가 내 생일을 챙겨줄 때 엄청 고마움을 느끼고, 행복을 느낀다. 여기서 챙겨준다 함은 생각지도 않았는데, 따뜻한 인사와 작은 선물을 건네는 정도를 말한다. 부담스럽지 않은 범위에서. 그렇지만, 남편은 먼저 "축하한다"는 말 한마디라도 건네는 법이 없다. 물론 잊고 넘어갈 수는 없다. 내가 7월에 접어들면서 카운트 다운을 해대니 말이지. 오늘 아침에도 나는 이제나저제나 축하한다는 말을 기다렸다. 남편은 오늘따라 딴전이 심하고, 심지어는 "당신 먼저 밥 먹어, 난 화장실에 볼일이.." 돌도 안 된 딸을 앞에 앉혀놓고, "구빈아, 네가 언제커서 엄마한테 생일 축하한다고 할래.." (수빈이) 이러고 앉아 있었다. 화장실에서 볼 일을 다 마친 남편은 그냥 밥 먹느라고 바쁘다. "여보, miz 생일을 축하할거야, 말거야.." "응, 그렇쟎아도 잊을까봐 cron으로 e-mail을 보냈었어...방금 그 메일을 읽었고" 그러고는 여전히 밥을 먹고만 있다. "그래서 축하 한다고, 안한다고?" "(다 죽어가는 소리로) miz의 생일을 축하해요..." 정말 엎드려서 절받기보다 더한 "배찔러서 절받기"였다. "네탓이야.."이런 말 할때는 기개가 하늘을 찌를 듯한 사람이 "축하해요.." 이런 말에는 왜그렇게 숨죽은 소리를 내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번 생일도, 어디 슈퍼마켓 같은데에서, "당신 필요한 것 있으면 사.. 생일 선물로 사줄께.." 이런 말을 듣게 될 것이다. 생일이 아니어도 어차피 살 물건들을 사주려고 할 것이고, 나는 변함없이 그게 무슨 생일 선물이냐며 투덜거릴 것만 같다. 대강 이런 시나리오로 생일이면 맨날 싸우고 지내왔는데.. 오늘은 무사히 넘어갈 수 있을까.. 난 생일 선물 포기하기 싫은데...고민이다 정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