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nonymous ] in KIDS 글 쓴 이(By): 아무개 (Who Knows ?) 날 짜 (Date): 2007년 9월 24일 월요일 오후 07시 19분 59초 제 목(Title): to 픽터 민경욱에 대해 저 K 물리학과 인데, 민경욱에 대해서 신기한 글이 올라왔군요. 민경욱은 적어도 물리학과에서 그닥 나쁘지 않았던 사람으로 기억합니다. 학생들에 대해서 기본적인 존중은 갖추고 있었던 것 같고, 한가지 독특한 점은, 물리학과 내에서 굉장히 특이하게도, 물리학에 대한 시니컬한 관점을 지녔다는 점에서도 깨어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예전에 교수님과 얘기하다가, 무슨 분야가 잘 나갈까요? 하고 물었더니 망설이더군요.. 대답을 못하고.. 아마도 철없이 물리학에서 전망을 바라보고 있는 학부생을 타일러야 하나 혼내야 하나 비웃어줘야 하나 아니면 입자물리같은 걸 해서 노벨상 받아보라고 해버려야하나 순간 고민했을겁니다. 그래도 민경욱이 괜찮다고 느껴지는 것은, 적어도 거짓말은 안했거든요. 민경욱에게 그렇게 묻지 않고 "그럼 광학 전공하면 유망한가요? " 라고 물으면 그때는 솔직하게 얘기해줬어요. " 더러운 미방 계산 하는 거 좋아하면 거기 가. " "그러면 항공우주 공학과는 어떨까요? " "내가 아는 양반도 할일이 없어서 전전 긍긍하다가 항공우주연구 센터에 이번에 소장 맡았어 " " 그럼 어느 과를 가야 그나마 좋을까요? " " 요새 물리가 다 할게 없어서... " 즉 민경욱은 물리학 전체가 전망이 없다고 못박을 만한 용기는 없었지만, 학생들에게 거짓말은 하지 않고 사실을 말하려고 했던 K 물리학과 내에서는 정의로운 은둔자 였어요. 만약 똑같은 질문을 윤춘X 같은 사람에게 물었다면 " 요새 카이스트 졸업해서 굶어죽는 사람없어요 . 물리학도 전망이 정말 좋습니다." 라고 대답했을거에요. 실제로 저와같이 말하는 것을 들었고요. 그 밖에 물리학의 현실을 솔직히 말했던 사람은 염X준 같은 소수의 교수들이 있었지만 대부분은 진실을 은폐하고 학생들에게 자꾸만 물리라는 마약을 먹이는 데 급급했죠. 현실에 눈을 뜨지 못하도록 자꾸만 눈가리개를 씌우는게 난 견딜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착실했던 범생 동기들보다 딴짓 많이 하고 교수님 말 안듣던 애들이 지금은 더 잘나가고 있는 것 같이 느껴지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민경욱은 괜찮은 사람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픽터씨의 중학교 담임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으나, 잘못된 사람을 잡고 비난의 화살을 돌릴 필요는 없어보이는군요. 저는 그래도 시간이 흘러흘러 지금 돌이켜 보면, 그 먼 시간 속의 민경욱 말씀이 하나같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 더러운 미방 계산하려면 광학 해 " 새삼스럽게 곱씹어보니 그 어떤 말 보다도 내가 가슴깊이 새기고 싶은 말이네요. 물리에 취해 죽을 뻔한 사람을 살려준 말이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