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anonymous ] in KIDS 글 쓴 이(By): 아무개 (Who Knows ?) 날 짜 (Date): 2002년 8월 20일 화요일 오전 09시 07분 12초 제 목(Title): 으악~좃선 “日帝청산을 政爭化해선 곤란” 지난 2월말 일부 의원들의 친일파 명단 공개에 이어 광복절 전날인 14일 민족문학작가회의와 일부 의원들이 친일 문학인 42명을 공개하는 등 일제 청산을 둘러싼 논의가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한 서양사학자가 국내에서 진행중인 과거청산 작업을 비판적으로 검토한 논문을 발표했다. 18일 서울대에서 열린 ‘2002 역사학 국제회의’에서 ‘과거청산과 역사서술―독일과 한국 비교’를 발표한 안병직(安秉稷·47)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 논문은 독일 현대사의 치욕으로 기록되는 나치즘의 전개에 당시의 평범한 독일 시민들은 책임이 없었는가라는 문제제기에서 시작된다. 소수의 전범들 책임을 거론하는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 평범한 시민들이 개개인의 노동과 여가의 일상이 정상적으로 유지되는 한, 정치적 통제와 억압, 감시와 테러를 자행한 나치즘을 방조했다며 책임을 묻는 것이 독일 학계 ‘일상사’ 연구의 최근 경향이란 것이다. 안 교수는 “친일 행각을 은폐하려는 시도도 용납해서는 안되지만, 30여년 식민 통치의 역사적 책임을 소수 친일세력에게만 한정함으로써 한층 더 깊이있는 성찰과 반성의 기회를 가로막아서도 안된다”고 했다. 16일 그를 만났다. ―독일의 경험에 비춰볼 때, 현재 국내에서 진행중인 과거 청산 작업의 문제는 뭔가. “독일 역사학계에서 나치즘은 지난 수십년간 독일사 가운데 어떤 분야보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풍부하게 연구성과가 쏟아져나왔다. 우리는 해방 직후 친일파 청산을 위한 반민특위(反民特委)가 좌절됐고, 최근 들어서야 과거청산이 이슈화될 정도로 역사가 짧다. 그래서 부작용도 있는 것 같다. 우리의 과거 청산은 인적(人的) 청산에만 너무 초점이 맞춰져 있다. 친일파만 가려내면 과거 청산이 된다는 인식이 암암리에 퍼져있다. 그러나 일제시대에 대한 역사 연구와 논의가 소홀한 채, 정치나 사회운동 차원에서 접근하면, 잘못된 평가를 내릴 가능성이 있다.” ―인적 청산에만 집중할 때, 우리가 빠뜨리는 게 있다는 얘기인가. “과거에서 우리가 배우기 위해선, 일제 지배가 36년간 어떻게 유지될 수있었는지를 물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배계층부터 일반 민중들까지 식민지배의 현실을 어떻게 경험하였고, 식민지배에 어떤 태도를 취하였는지 구체적으로 알아야 한다.” ―해방 직후 민족 반역자 처벌에 나섰던 ‘반민특위’(反民特委)가 무산됐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친일파를 청산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물론 그런 작업은 필요하다. 하지만 친일문제를 지나치게 정치적이고 도덕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권선징악의 입장에서 친일세력의 행적을 폭로하는 것은 심리적 카타르시스를 가져다줄진 몰라도 바람직한 방식은 아니다. 30여년간 지속된 일제 지배의 역사적 책임을 소수 친일세력에게만 한정함으로써 오히려 한층 폭넓고 깊이있는 성찰의 기회를 가로막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친일파란 개념은 적절한 건가. “독일은 전범재판을 할 때 단순 협조자에서 최고책임자까지 5개 범주로 나눠서 규정했다. 우리의 경우 친일파란 법적, 정치적, 도덕적 차원이 구분되지 않은 불분명한 개념이다. 그리고 일제 식민지배에 대한 한국인의 태도를 친일과 항일이라는 양 극단의 측면에서만 파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일상사의 관점에서 보면 일제시대 대부분의 한국인은 식민통치에 적당히 순응하면서 개인적인 불이익을 가져올 수있는 마찰은 가급적 피하지만, 도를 넘는 억압과 수탈에 대해서는 반발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적극적으로 저항하는 복잡다단한 태도를 취하지 않았을까.” ―안교수께선 일제의 수탈과 억압, 그에 따른 고통과 저항을 부각시키는 쪽으로만 한국사연구가 치우쳐있다는 비판을 하고 있는데. “역사의 다양성과 복합성에 주목하는 일상사의 시각에서 보면, 일제시대를 지나치게 부정적으로만 보는 역사인식도 문제가 있다. 신작로가 뚫리고, 기차가 다니고, 학교와 병원이 들어서는 등의 변화가 한국인들에게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말할 수있는가. 3·1운동이 발생한 1919년 전후를 제외하고 일제 식민체제가 한번도 심각한 위기에 봉착하지 않았던 것은 일제 치하에서 한국인들이 그런대로 일상의 삶을 정상적으로 영위할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현재 진행중인 과거청산 작업이 정치적이라고 생각하는가. “역사는 과거를 정치적으로 심판하고 도덕적으로 단죄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살아있는 자는 항변하지만, 죽은 자들은 스스로 변호할 수없다. 일제시대사를 제대로 연구하려고 해도 쉽지 않은데, 정쟁의 도구로 사용해서는 안된다. 역사학자들이 이 작업에서 물러나있는 게 문제다. 역사를 공백으로 남겨두면 정치적으로 왜곡될 수 있어 위험하다.” (金基哲기자 kichuL@chosun.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