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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Jou ] in KIDS
글 쓴 이(By): com4ys (주전자)
날 짜 (Date): 2003년 8월 16일 토요일 오후 09시 41분 35초
제 목(Title): 배를 타본 경험...


 태어나서 지금까지 바다가 없는 동네에서 살아온 나에게 배라는 교통수단은 
비행기보다도 더 접하기 어려운 교통수단이었던 것 같다.

 몇 번 배를 타보긴 했지만, 지난 한주간 군함(PCC라 불리는 초계함)을 타본 
경험은 참 색다르게 다가왔던 것 같다.

 우리나라 군함 치고 작은 편은 아니지만, Ferry나 유조선, 상선들에 비해 
상당히 작은 편이라 바다에 나가면 흔들흔들 멀미로 고생하게 된다고 들었다. 
먼저 함정실습을 했던 동기들 말로는 몇몇이 좀비 및 시체로 化하는 광경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 겁을 주었기에 무얼 타든 멀미 한번 해본 적 없는 나도 
사실 좀 걱정이 되었었다.

 사실 함상 생활이란 참 힘든 편이다. 수병들의 생활 공간은 좁은 침실에 삼층 
침대(어떤 배는 사층 침대인 경우도 있다.)이고 접이식이다. 기관실은 몹시 
시끄럽고 후덥지근해 그곳에 있는 것 자체가 고문이다. -때문에 귀마개가 꼭 
필요하다. 해군은 배를 집삼아 살아야 하기 때문에 당직도 3직제로 빡빡하게 
돌아가고, 기계도 늘 체크해야 제대로 배가 작동한다.

 흔들흔들거리는 배위에서 사는 것 자체가 힘든데, 쉴틈 없이 일이 생긴다는 
점에서 배라는 공간은 최악의 life condition을 가지고 있다. (더우기 어떤 
구형의 배같은 경우는 에어컨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일단 배를 타보고 나니, 힘든 환경보다는 바다를 가로지르는 느낌, 
수평선을 바라보며 느낀 자유... 이런 감정이 더 깊이 남아있는 것 같다. 
밑바닥이 뾰족한 군함의 경우는 파도 앞에서 더 흔들림이 심한데, 그런 바다를 
30노트 이상의 속도로 달릴 때의 기분은 롤러코스터를 탈 때와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스릴이랄까... 즐겁기도 하고 말이다.

 바다라는 곳은 그곳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사람들을 만들어낸다고 하는데, 왜 
그런지 살짝 이해할 수 있었던 일주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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